통일부, 3년 간 PC 보관된 '탈북 어민 송환 영상' 왜 지금 공개했을까
2019년 당시 통일부 직원이 촬영해 업무 PC에 보관
민주당 "통일부가 왜 남북 갈등 고조시키냐" 비판
통일부가 18일 여야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2019년 탈북 어민 송환 사건과 관련해 북송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관련 사진을 공개한 지 6일 만이다. 여권의 북송 사건 쟁점화에 맞춰 관련 입장을 2년 8개월 만에 바꾼 통일부가 맥락과 배경이 빠진 사진·영상 일부를 잇달아 공개함으로써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2019년 11월7일 촬영된 약 4분 분량의 영상을 기자단에게 공개했다. 탈북 어민 2명이 포승줄에 묶인 채 판문점 내 자유의집 2층으로 올라가는 장면과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 등 송환 과정이 담겼다. 특히 탈북 어민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갈 당시 저항하는 모습이 포함됐다. 해당 어민은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쪼그려 앉았다가 기어가듯이 이동했다. 또 다른 어민은 별다른 저항 없이 군사분계선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호송 요원들이 “야야야” “잡아”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는 포착되지만 해당 어민들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촬영한 직원이) 근거리, 원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하다보니 음성이 정확히 녹음된 것 같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은 ‘블러’(흐림) 처리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첫번째 인원은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이동하는 장면이 포함됐고 두번째 인원은 분계선까지 이동하는 모습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포승줄과 안대는 자유의집 2층 대기실 현관을 나서는 때부터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한 인물이 넘어지는 듯한 장면에 대해선 “3년 전 자료라 저희도 영상에 나온 모습 이외에 추가로 설명해 드리기가 어렵다”며 “영상에 나온 그 자체로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송환 당시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입장 자료를 통해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1명이 개인적으로 북송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했음을 확인했다면서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국회 제출 등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해당 직원이 현장 촬영한 것을 업무 행위로 판단했지만,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장 지원 업무를 맡았던 통일부 직원이 촬영했으며 통일부 직제 시행 규칙에 판문점 지역 내 동향 수집이라는 업무가 있다면서 촬영 행위는 업무 내 범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촬영 직후 소수 업무 관계자에게만 공유돼 통일부 공식 기록으로는 관리가 안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의 업무 PC(개인용 컴퓨터)에 기록이 남아있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문제가 된 지난 15일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 동안 통일부는 통일부의 인터넷 방송인 유니TV에서 공식 촬영한 북한 선원 귀순 영상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개인이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촬영해서 소수 인원만 공유해 오던 일이 관행적으로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예외적인 것으로 보여지는데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해당 영상을 직무상 취득 정보로 해석했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공개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국회 또는 언론 요구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 정보란 취지로 해석된다.
최근 통일부는 탈북 어민 북송과 관련한 입장을 2년 8개월 만에 바꿨다. 지난 11일 북한 어민 송환 사건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고 과거 조치를 ‘잘못’으로 인정했다. 이에 대한 근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2019년 11월 당시 판문점을 통해 어민들이 송환되는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에는 어민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모습들이 주로 담겼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통일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어민들을 강제 북송했고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영상은 사진 공개 이후 6일 만에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통일부가 탈북 어민 북송 당시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영상 공개) 의도는 선정적인 장면을 몇 개 공개해 국민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겠다는 취지인데 통일부는 남북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통일부가 왜 남북 갈등을 고조시키는 일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행정부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서글픈 순간의 상징으로 먼 훗날까지 기억될 것”이라며 “통일부 역사에 치욕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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