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전기펑펑' 건물 퇴출..전력인증 못 받으면 세도 못 놔
70년대 '오일쇼크' 겪은 뒤
車·에어컨 사용 최대한 자제
가정용 전기요금 한국 3배
저전력 건물 시공에 저리대출
GDP 25년 동안 56% 뛸 때
전력소비량 2% 증가로 억제
1인당소득 한국 두 배지만
에너지 소비는 57%에 불과
◆ 에너지 효율이 답이다 ③ ◆
덴마크는 해상풍력의 선두 국가로 유명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의 시간을 보내왔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에너지원의 99%를 수입하던 덴마크는 원유 가격 폭등으로 거리에 차량이 운행되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중장기 에너지계획을 세우면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 힘써왔다.
오일쇼크 이후 50년 가까이 흘렀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덴마크는 가정에서 환하게 전등을 밝히지 않고,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시가지를 돌아보면 에어컨 실외기가 달린 집이 거의 없을 정도다.
덴마크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덴마크는 1980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56% 성장하는 동안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2%만 늘도록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 전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는데, 1990년부터 2004년 사이 산업에서 11.4%, 가정에서 12.1%, 운송 부문에서 14.3%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2년에는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를 7% 감소시키겠다는 합의를 덴마크 의회가 도출하기도 했다. 보슨 수석은 "덴마크는 여러 당이 협치하는 문화가 있어 집권당이 바뀌더라도 합의한 내용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정책이 계속될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에너지 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효율 개선과 함께 수요 억제도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1992년에 탄소세를 도입했다.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는 한편 수입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보슨 수석은 "덴마크는 석유 수입을 줄이기 위해 차량에 18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전기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원은 전부 수입하고 있는 만큼 수요를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실제 코펜하겐의 중심가에는 한낮에도 차량이 많이 오가지 않았다. 코펜하겐이 인구 60만의 소도시인 것도 한 원인이지만, 차량의 가격 및 유지비가 워낙 많이 드니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덴마크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최종 전기요금 중 탄소세·에너지세·부가가치세의 비중은 50%에 달하며, 휘발유도 49%, 천연가스도 58%의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기요금에 붙이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전체 요금의 1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는 전기요금이 비싼 국가로도 유명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가정용 전력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307달러로, 한국의 104달러의 약 3배에 달했다. 다만 산업용 전력요금은 77달러로 한국(94달러)보다 저렴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규제가 강력하고 한국과 달리 전력 소모가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지 않아 산업용 전력 요금은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다음 효율 개선 대상은 건축물이다. 덴마크 기후에너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덴마크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40%가 건물에서 이뤄졌다. 건물의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에너지 라벨링'이라고 부르는 이 정책은 건물 바닥면적이 60~250㎡인 공공건물 또는 250㎡ 이상인 모든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평가받아 A2020~G 사이의 에너지 등급을 건물에 부착하도록 했다. 에너지 등급을 평가받지 않으면 건물의 임대나 매매가 원천 금지된다. 에너지 효율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덴마크는 매년 100억~130억유로(약 12조~17조원)를 1% 미만의 금리로 대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경우 매년 거주자 1인당 1만2200크로네(약 153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코펜하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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