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파업 두고 점점 강해지는 정부의 으름장..공권력 투입 명분쌓기 우려

유선희 기자 2022. 7.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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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등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대우조선해양 사업장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두고 정부가 18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노동계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투쟁을 종료하라고 겁박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민조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조선업이 어려워지던 시기 고통을 분담하자고 요설을 떨더니 결과적으로 7만5000여명에 달하는 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해 거리로 내몰고, 5년간 실질임금의 30%를 삭감해 생계에 위협을 가했다”며 “삭감된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닌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데에 대한 답이 오로지 법과 원칙이라는 말뿐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18일) 관계 장관 회의는 정부의 책임은 뒤로 한 채 오로지 하청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투쟁을 종료하라고 겁박, 굴종을 강요하고 나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교섭이 길어지면 다음 담화에는 공권력 투입을 천명할 생각인가? 정부의 태도가 시종일관 이렇다면 상황의 해결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 파업에 나선 이후에도 하청업체와 지난 주말까지 교섭을 세차례 진행해 왔으며, 오늘도 오전 11시부터 교섭을 진행했다”면서 “정부의 담화문은 이러한 노조의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대우조선의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 나서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산업은행을 교섭의 자리에 앉히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적극 나서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금속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권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내뱉는 요구를 불법으로 매도하고, 해결책없는 일방적인 강경대응으로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au “윤석열 정권의 행위는 노동자들에게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노동자들의 요구는 빼앗긴 임금에 대한 원상회복이고,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정권이 힘없는 노동자, 그것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강경대응을 시사하는 것은 현 정권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힘없는 노동자를 향한 정권의 칼날은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정부는 대화에 나선 노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오른쪽)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에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 파업에 대해 공동담화문을 냈다. 당시 정부는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짓기는 했지만, 공권력 투입에는 선을 그었고 “엄중 대응”과 같은 발언은 하지 않았다.

18일 정부부처 합동담화문은 나흘 전보다 수위가 올라갔다.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충분히 참고 기다렸다. 이제는 정말 불법행위를 끝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불법적인 점거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4일에 이어 18일에도 정부가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그 강도도 세지면서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명분쌓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업무에 선복귀하라”면서 “정부는 현존하는 불법 앞에서 노사의 자율적 해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따른 국민경제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 측이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조선소의 제1독을 폐쇄하거나 배타적으로 점거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되고, 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하루당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과 관계없이 즉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대형원유운반선 철 구조물에서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 들어가 쇠창살로 용접해 농성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인력난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내 작은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두고 ‘끝장 투쟁’ 중이다. 다른 노동자 6명은 고공농성 중이고 또 다른 하청노동자 3명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0일 총파업대회를 서울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다. 또 노동·종교·시민단체들이 만든 단체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긴급행동’은 지난 8일에 이어 20일 2차 ‘함께버스’를 운행, 거제에서 열리는 총파업대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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