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한 장이 200원"..채솟값 너무 올라 고깃집·쌈밥집 비상

한상헌,김정석,박나은 2022. 7.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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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에 생산량 감소
적상추 4kg당 5만8천원
한달전 가격보다 2.5배
업주 "한장당 200원인셈
가격 올리자니 손님께 죄송"
오이·대파·깻잎값도 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해 초 서울 강남구에 샐러드 가게를 개업한 김 모씨(42)는 급등한 채소 가격으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샐러드는 고객이 가격 변화에 민감한 편이라 가격을 웬만하면 잘 올리지 않지만, 물가 급등으로 일부 메뉴 가격을 500원씩 올릴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채소 가격이 개업 당시와 비교하면 4배가량 올랐다"며 "샐러드에 많이 사용되는 로메인 상추와 채소 가격이 급등해 장사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강대호 씨(37)는 개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무섭게 오르는 채소 가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씨는 "올해 초 상추 한 상자에 1만8000원이던 가격이 9만원까지 올랐다"며 "아직 가격을 인상하거나 상추 양을 줄이지 않았지만, 이런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경우 장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급등으로 주요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채소를 제공하는 고깃집, 쌈밥집 등도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처럼 식자재 가격 인상에 소비자도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적상추 가격은 4㎏당 5만7960원이다. 이는 한 달 전 가격인 2만4038원에 비하면 2.5배 높은 수준이다. 적상추 가격은 지난 8일 7만2820원까지 급등했다가 조금씩 가격이 하락하는 모양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 따르면 상추 한 장 가격이 200원꼴이어서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추의 적정 생육 온도는 15∼20도지만, 지난달부터 기온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생산량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했다.

주요 채소 가격도 최근 급등한 모양새다. 오이 10㎏ 가격은 이날 기준 4만8300원을 기록해 한 달 전 가격인 2만2288원에 비해 2배 넘게 올랐다. 대파 1㎏ 가격은 2352원으로 지난해 가격인 1197원에 비해 크게 올랐고, 깻잎 2㎏도 2만7180원으로 지난해 1만8960원보다 8000원 넘게 올랐다. 오이의 경우 충청 지역 오이 산지의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바이러스성 병해로 인해 작황도 나빠졌으며, 강원 지역 산지에서는 비가 많이 와 출하가 늦어졌다. 깻잎의 경우 최근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생육이 지연되고 있다.

상추, 깻잎 등 채소를 제공해야 하는 음식점 업주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마치 손님이 원하면 무한대로 제공해야 하는 채소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는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식 뷔페 직원 A씨는 "한식 뷔페다 보니 채소 가격이 이전보다 올라 부담이 된다"며 "채소가 들어가는 메뉴를 뺄 수는 없다 보니 낭비되는 것 없이 손님 수에 맞춰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미 3월에 가격을 한 차례 올렸기 때문에 다시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지만,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곽 모씨는 "최근 상추 등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가게의 경우 안 주거나 줄이는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 집은 손님을 위해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곽씨는 "정부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며 "서민만 죽어라 고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채소 가격 급등에 소비자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충남 소방서 안전센터 구내식당 직원 B씨는 요즘 장 보는 게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 단가를 맞추기 위해 텃밭에서 상추를 키운다"며 "채소를 직접 공수해 직원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채소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결국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입 채소의 경우 당장 관세를 낮춰 시장 가격을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채소 등 전반적인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법뿐"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헌 기자 / 김정석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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