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칩4 동맹 땐 득보다 실" 中관영매체 경고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 공급망 동맹(칩4)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국 내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중국 관영매체가 경고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해 한국의 칩4 참여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관영매체에 이어 향후 중국 정부까지 직접 한국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8일 논평 격인 'GT 보이스'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한국이 (칩4 동참 요청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 미지수지만,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기술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주도로 추진되는 칩4 동맹은 반도체 생산 강국인 한국·일본·대만까지 4개국이 힘을 합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일본과 대만이 칩4 동맹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작년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수출액 690억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이 48%를 차지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전략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했다.
칩4 동맹 참여가 한국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내놨다. 매체는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신뢰할 수 없다고 중국이 판단할 경우 한국 반도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칩4 동맹 참여는) 공급망 시장에서 한국을 매우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산업망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혜택을 볼 국가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지역 경제 주체들이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을 따르기보다는 협력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때"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의 칩4 동맹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향후 중국 정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통상 정부가 공개적으로 발언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 관영매체의 입을 빌려 1차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공산당이나 정부를 직접 대변하는 인민일보나 신화통신이 아니라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라는 매체를 활용한 만큼 중국 정부도 아직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단계"라며 "향후 한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중국 정부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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