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머리 찧자 "야, 잡아"..'북송 저항 현장' 고스란히 드러나
어민 1명 자해하며 북송 강력거부
호송인력에 잡혀 분계선까지 끌려가
통일부 "직원 개인이 휴대폰 촬영
국가정보에 준한다고 판단해 공개"
文 정부 "진정성 없어"에 논란 커져
전문가 "영상에 진정성 명확히 찍혀"
통일부가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촬영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정보기관장이 사실 은폐·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 수사가 예정된 가운데 그때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풀린 것이다. 해당 영상에 탈북 어민 한 명이 북송에 저항하며 자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만큼 ‘귀순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전 정부 측의 주장에 대한 공세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판문점 북송 영상까지 공개해=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4분 분량의 영상에는 탈북 어민 한 명이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땅에 찍으며 자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호송하던 경찰특공대는 “야” “잡아” 등 큰소리를 치며 대응했고 땅에 주저앉은 탈북 어민을 일으켜 세우려는 장면도 찍혔다. 해당 탈북 어민은 결국 호송 인력에 이끌려 무릎을 꿇은 채 군사분계선(MDL) 앞으로 이동했다. 이 어민이 MDL을 넘어 북한 측에 인계되는 장면은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영상은 통일부가 12일에 공개한 사진과 일치하는 장면이었다. 통일부는 10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에는 탈북 어민 한 명이 MDL을 넘지 않으려고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이 담겼다.
통일부는 이번 영상 공개와 관련해 “최근 국회의 요청으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에서 일부 인원이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국회에서 영상에 대한 확인과 함께 자료 제출을 요구해 와 이를 확인했고, 법률 검토를 거쳐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영상의 촬영, 소지와 공개에 대해 위법성도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직원이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했지만 업무 수행 과정에서 찍었고 이를 통일부 내 컴퓨터에 옮겨 보관한 뒤 개인 휴대폰 내 영상은 삭제했다”며 “순수한 개인 기록물이 아니고 관련 법상 국가 정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귀순 진정성’ 논란 커질 듯···검찰 수사에 촉각=통일부가 탈북 어민 북송 당시 영상을 공개하면서 ‘귀순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탈북 어민 2명은 어로 활동을 하던 중 선장과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며 “이런 중대 범죄자의 경우 국제법상 난민으로 간주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귀순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정 전 실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귀순 의사가 없었다면 이들이 자필로 쓴 귀순의향서는 왜 무시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날 공개된 영상은 전 정부 측 주장에 불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탈북민에 대한 조사가 한 달 이상 걸리는데 당시 탈북 어민에 대한 조사는 3일 만에 끝나 북한으로 보내졌다”며 “남북 관계를 고려한 의도가 있었다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 전 실장이 말한 것과 달리 영상을 통해 강제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확실히 나오지 않았느냐”며 “귀순의 진정성 시비는 이제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 북송 관련 자료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결국 사건의 향방은 검찰 수사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교수는 “정무적으로 판단하면 종결이 안 되니 결국 사법적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통일부의 영상 공개에 대해 오히려 남북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정적인 장면 몇 개를 공개해서 국민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겠다는 취지인데 통일부가 과연 그런 일을 해야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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