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결론 뒤집은 증거는 안 내고..이미 사진 공개된 장면 '영상 버전' 재탕

2022. 7. 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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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흠집내기'에 '안보'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통일부가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남한 군에 의해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송환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18일 통일부가 공개한 3분 56초 분량의 영상에는 어민들이 포승줄로 묶여 판문점 남한 측 지역인 자유의집으로 한 명씩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이들은 자유의집 안에서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분리된 상태에 있었다.

영상의 2분 11초 경 첫 어민이 포승줄과 안대를 하지 않고 자유의집을 빠져나와 남한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북측으로 이동했는데, 정부 관계자가 이 어민을 포박하거나 잡아 끄는 장면은 없었다.

그러다 이 어민이 판문점 내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과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 사이에서 10초 정도 멈춰 있은 후 회의실 초소의 바깥 벽 쪽으로 다가갔고, 남한 정부 관계자들이 해당 어민의 행위를 제지하면서 송환 절차가 마무리됐다.

두 번째 어민도 첫 번째 어민과 마찬가지로 포승줄과 안대 없이 자유의집을 빠져나와 북측으로 향했고 남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때도 역시 별다른 제지 없이 해당 인원을 북측으로 보냈다.

영상에서 어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촬영자가) 근거리와 원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찍다 보니 음성이 정확하게 녹음되지 않은 것 같다"며 영상 공개 외에 추가적으로 밝힐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영상이 정부에서 임의로 편집해서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 이 당국자는 "휴대전화로 찍은 것을 모아서 편집했다"며 "(촬영본 중에) 땅을 찍었다든지 하는 불필요한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록물 등록 대장도 없던 통일부, 개인 촬영한 영상까지 뒤져 여론 조성

▲ 18일 통일부가 2019년 당시 살해 혐의를 받은 북한 어민을 판문점으로 송환할 때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통일부
통일부가 사진에 이어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탈북자 강제 북송'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여론전에 돌입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설명을 뒤집을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윤석열 정부가 이같은 의도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영상 공개 배경에 대해 "기록 차원에서 촬영 보관했던 (탈북 어민) 사진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후 공개된 사진에서 일부 인원이 영상을 촬영한 모습이 확인되어 국회에서 영상 확인 및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영상 존재 여부와 관련하여 직원들을 확인해 본 결과 당시 판문점 현장에 있던 통일부 직원 1명이 개인 핸드폰으로 북송 장면을 촬영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해당 영상은 촬영 직후 소수의 업무 관련자들에게만 공유되어 통일부의 공식 기록으로는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영상은 개인 촬영본이라 통일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던 자료가 아닌 만큼, 국회 제출 등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했다"며 "검토 결과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촬영한 것은 사실이나 업무상 관련 있는 직원이 업무 수행과정에서 현장을 촬영했고 업무 관련자들에게 해당 동영상을 제한적으로 공유한 점을 근거로 해당 영상은 순수한 개인기록물 아닌 관련법상 공공기관 정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공개 문제와 관련해 해당 동영상을 비밀로 관리하지 않고 있고, 이미 북송 사진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따른 법률에 따라 해당 영상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는 영상 공개에 대해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무 수행 상 촬영했고 소수에게 공유된 사항"이라며 "해당 법률에는 공공기관 직무상 취득한 정보로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공개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법률상 공개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영상의 존재를 최근에 알게 됐다며 동영상을 관리하는 별도의 관리 체계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공식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는데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 있다고 파악됐다"며 "사진은 공식 기록으로 남기지만 동영상은 잘 찍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이 개인적으로 현장을 촬영하는 것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해당 직원은 통일부 직원이고 업무수행 과정에 있었고 직제시행규칙에 판문점 지역 동향 수집 업무가 있다"며 "이를 봤을 때 업무 범위 내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촬영하던 직원이 비밀 취급 인가가 있었는지, 또 이 영상을 왜 촬영했는지에 대해 이 당국자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개 결정을 내리게 된 심의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냐는 질문에 다른 당국자는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국회 요구했을 때 비공개가 아닌 이상 공개하지 않을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봤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외부 의견은 참고는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가 검토했는지는 명확하게 확인해주지 않았다.

보안사항만 노출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통일부가 공식기록물이 아니라 인지도 하지 못하고 있던 영상을, 또 어떤 이유로 촬영했는지도 모르는 영상을 명확한 심의 절차 없이 내부에서 법률적 검토만 진행하고 급하게 공개한 것을 두고, 북한 어민 송환을 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했으나 여론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나름의 카드를 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5~16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현안 관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가 발표됐는데, 정부와 여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북한 어민 송환을 문재인 정권의 '안보문란'으로 규정해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8%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한다는 응답은 41.2%였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등 외교·안보와 관련한 전 부처가 이 사안에 동원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자료와 입장을 배포하고 있음에도 여론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해당 어민이 동료 1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을뿐만 아니라, 남한군을 피해 이틀 동안 도망다니는 등 귀순의 진정성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문재인 정부의 발표가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해당 사안을 비인도적인 '강제 북송'이라고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면 이 부분을 뒤집을 증거가 제시돼야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주변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안팎의 우려를 무시하고 보안 사항만 계속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KSOI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조사는 지난 15~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ARS 100%로 시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6.7%였다.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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