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상호작용하며 성장한 마법같은 4년"

박대의 2022. 7.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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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
코로나 확산에 제약 많았지만
신인 연주자 협연 등 시도 나서
마지막 공연 베르디 '레퀴엠'
감염병 확산에 2년 만에 성사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아트센터]
"오케스트라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굉장히 아쉽습니다."

18일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현직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직 기간 중 절반 이상을 코로나19로 제약받으며 펼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의 토로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관현악단과 보낸 시간에서 느낀 행복에 비례했다.

자네티는 "이전까지 웅장하고 큰 느낌의 곡들을 펼쳤지만 취임 후에는 투명하면서 세부적인 기술적 요소를 살리는 쪽으로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만들어갔다"며 "마법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8년 9월 취임해 경기필하모닉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자네티는 오는 23일 경기아트센터와 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마지막으로 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되는 베르디의 레퀴엠은 종교음악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4명의 독창자, 혼성 4부 합창, 대편성 오케스트라 등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데다 연주 시간은 90분에 달한다.

자네티는 경기필하모닉과의 마지막 연주로 이 곡을 선택하게 된 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자네티는 "(경기필하모닉과의) 마지막 공연에 의도적으로 이 곡을 고른 것은 아니다"고 농을 던지며 "당초 2020년에 공연을 계획한 작품으로 팬데믹으로 한 해 연기됐고, 작년에도 감염병 관련 규제가 심해 큰 합창을 공연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 올해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작곡가의 레퀴엠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곡"이라며 "지난 몇 년간 감염병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08년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데뷔한 이후 오페라 지휘 거장으로 불린 자네티는 경기필하모닉 재임 기간동안 한국에서 오페라 공연을 펼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자네티는 "취임 직후 오페라 프로젝트를 생각하면서 2019년에는 '맥베스'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작년에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지휘 제안을 받아 오페라를 공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경기필하모닉과 하고싶다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회상했다.

자네티는 경기필하모닉을 이끄는 동안 새로운 시도로 관현악단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0년 전후에 태어난 신인 피아니스트 5명과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1곡씩 연주하는 기획을 열기도 했다.

자네티는 새로운 시도의 바탕에도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신인 연주자를 소개하는 공연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아이디어"라며 "계획했던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한국에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피아니스트가 모든 협주곡을 연주하기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이 같이 연주하면서 다양하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한국인들이 협연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계에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 팬들은 지난 4년간의 버팀목이었다고 강조했다. 자네티는 "관객분들이 다음 공연에서 연주했으면 하는 작곡가를 추천하는 등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들어갔다"며 "관현악단이 관객과 소통하며 서로 배워가는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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