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나선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 파업종식 실마리 찾을까
47일째 파업 노노 갈등 번져.. 尹 "장관 적극 나서라"
대우조선해양 내 하청 노동자의 파업이 47일째 계속되면서 ‘노노 갈등’으로 번진 가운데 노조와 사측이 대화에 나서 얽힌 실타래를 풀지 주목된다. 하청 노동자들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강경 방침이지만 일감이 끊긴 원청 노동자 등은 당장 파업 중단을 촉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 파업 문제가 전국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사태 해결에 노동계 시민단체 정치권도 가세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소속사와 개별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되자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21일부터는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중 1명은 가로·세로·높이 1m 철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한 상태로 극단적인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투쟁의 핵심은 불법 파업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이라고 강조한다. 원청의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청업체가 원청에 기성금 30% 인상을 요구했지만 3.2%밖에 인상되지 않아 결국 ‘헐값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4일부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파업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심각하다. 독 점거로 인한 진수 지연으로 고정비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해가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추산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독 폐쇄에 따라 선행 가공 조립 의장 도장 등 전 공정의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어 다른 직원의 생계까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원청 노조 조합원 570여 명은 18, 19일 휴업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원청 노동자 9000여 명, 하청업체 노동자는 1만2000여 명이다. 이번에 파업에 나선 이들은 하청 소속 노동자 120여 명이다. 1%에 불과한 노동자 파업으로 절대 다수 노동자가 피해를 본다며 불만이다. 참다 못한 원청 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이 계속되자 사측은 불법 파업에 나선 하청 노동자에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사무·현장직 직원과 가족 등은 지난 14일 조선소 정문~옥포매립지 구간(4㎞)에서 ‘인간 띠잇기’ 행사를 열고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거제 주민자치연합회 등 지역 사회단체도 거제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파업 중단과 대화 창구 마련을 촉구했다.
법원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제기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지난 15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하청 노동자들이 독에서 퇴거하지 않을 경우 사측에 하루 300만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하청 노조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 측이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파업은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20일에는 금속노조가 서울과 거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23일에는 40여 개 시민단체가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모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하청 노조와 협력사(하청업체) 대표 , 원청 노조, 원청 임직원 등이 한자리에 앉은 4자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2주간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23일을 넘기면 안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어 남은 일주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시점을 놓치면 파업 사태가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파업과 관련한 긴급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은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파업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4개 부처(법무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장관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장을 만나 해법을 촉구하는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갈등 해결 능력’을 보여줄 지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은 공권력 투입시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양측의 협상 테이블 결과를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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