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파업에 연일 경고장 날리는 정부..긴급조정권 발동할까
노조 불법행위 '부각'..여당 "120명이 10만명 생계 막아"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파업사태가 47일째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사측과 노조의 원만한 협상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부처 장관들의 발언에서는 공권력의 엄정 대처를 시사하는 분위기가 짙다. 일각에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정례주례회동 자리에서 대우조선 사내 하청노조 파업과 관련해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과 관련 노조원들의 선박 점거행위 등을 명백한 '불법 행위'라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 비쳐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불법 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엄정히 집행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 총리는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이날 오전부터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 첫 긴급 관계장관회의까지 소집했다.
또 대통령 발언 직후 오후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비롯한 5개 부처 장관이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압박하고 나섰다.
공동담화문 발표에는 추 부총리를 포함해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함께 자리했다.
직접 담화문을 발표한 추 부총리는 "철 지난 폭력·불법적 투쟁방식"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업무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엄정한 법 집행을 경고했다.
산업장관과 고용장관은 지난 14일에도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부처 장관 두 명이 담화문을 발표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5개 부처 장관의 합동담화문 발표까지 이뤄졌다.
정부에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정부는 조속한 사태 해결을 압박하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주요 부처 장관들에 이르기까지 유례없이 나선 상황에서 공권력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가장 유력한 개입 방식은 '긴급조정권' 발동이다. 긴급조정권은 사실상 민간기업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거나 국민경제에 커다란 영향력이 있는 사업장에 노동쟁의 행위가 발생할 경우 고용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제도다.
일단 발동 요건은 충분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1998년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사실상 공기업 형태로 운영 중이다.
집권여당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파업 장기화로 대우조선해양은 6000억원가량 손실을 입고, 협력업체들은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며 "120명이 10만명의 생계를 막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상황 인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상황이 벌어진 지 굉장히 오래됐고 굉장히 큰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라며 "지금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당연히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실에서 다들 큰 관심을 갖고 우려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의 발동 조건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지난 14일 담화문 발표 직후 이정식 고용장관도 '긴급조정권' 관련 질의에 "아직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당장의 직접 개입 가능성은 일축했지만, 여지는 열어둔 모습이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사업장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또 긴급조정 기간인 30일 동안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노조가 이를 어기면 불법으로 간주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회사는 노조에 불법파업에 따른 민사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
고용부 장관의 조정권이 발동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즉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 양측을 상대로 15일간 조정에 들어간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 결정을 내린다.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은 47일째로 접어들었다. 노조는 임금 인상 30%, 단체교섭 인정, 노조 전임자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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