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무분규' 앞둔 현대차..파업 위기 처한 르노코리아·한국지엠

손의연 2022. 7.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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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19일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
기아 실무·본교섭 진행.."현대차 분위기 뒤따를 가능성 높아"
르노코리아·한국지엠, 노사 의견 차 커..노조, 파업카드 만지작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역대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차 사측이 국내에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을 새로 설립하기로 하면서 노사의 올해 임단협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지엠은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하투(夏鬪·여름철 노동계 투쟁)에 대한 긴장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교섭대표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임금·단체협약 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국내 공장 신설·신규 채용 수용 결정적

1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9일 노사가 마련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놓고 전체 노조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으면 노사 잠정 합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노조 파업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현대차 노사는 국내 완성차업계 중 가장 먼저 임단협 협상 잠정합의에 성공했다.

노사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더불어 원자재와 국제 유가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상생을 택한 것이다. 노조가 주장했던 사안 중 가장 큰 건이었던 국내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설립을 사측이 확정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용 전기차 공장의 설립 지역은 울산이 유력하며 내년에 착공해 2025년 완공 및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의 국내 신규 차량 생산공장 설립은 1996년 아산공장 완공 이후 29년 만이다.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는 향후 아이오닉 6 등 현대차 주력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전망이다.

사측이 노사가 주장했던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을 수용한 점도 한몫했다. 아울러 노사는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국내공장 대내외 리스크 대응 노사협의체도 구성한다. 기아(000270)는 지난달 22일 노사 간 상견례 이후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진행 중이다. 기아는 현대차와 함께 올해 공동투쟁을 결심했던 만큼 기아의 임단협 체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기아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월 기본급 16만2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식당 이원화, 간식비 인상 △출·퇴근 리무진 버스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기아는 1997년 화성 3공장 이후 25년 만에 국내 차량 생산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화성에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생산공장을 지은 뒤 오는 2025년 첫 PBV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새 공장 건설 계획이 올해 임단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한국지엠, 다년합의·전기차 생산 등 이견

반면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의 분위기는 현대차와 전혀 다르다. 미래를 내다보는 노사의 시각 차이가 커서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 13~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1.9%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접수해 오는 26일 쟁의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사측이 ‘임단협 다년합의’를 의견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1년 주기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보다 다년에 한 번 임단협 협상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다년 합의가 된다면 노조가 무력화된다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전기차 생산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글로벌 본사로부터 전기차 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직 국내 전기차시장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고 배터리 가격 등 경제적인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사측은 현실적으로 국내 차량 생산 공장이 주력 차량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항후 생산할 크로스오버차량(CUV)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 노조는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수년 째 이어진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완성차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차량 출고 지연 기간이 길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노조가 파업할 경우 소비자는 차량을 받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지난해 국내외 경영 상황을 고려해 무분규로 입단협 협상을 타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노사 경우 공장 신설 등 가장 큰 안건에 대해 합의했기 때문에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차량 공급이 원활하게 안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국민 여론도 좋지 않을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이 미국처럼 노사 임단협 주기를 3~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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