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투잡' 뛰는 미국인 늘었다..기름값·집세 부담 증가

노정연 기자 2022. 7. 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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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미국 워싱턴의 한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전보다 9.1%나 급등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화통신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물가가 치솟자 미국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물론 부업을 찾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는 탓에 급격히 높아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러 개의 부업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2020년 4월 4%에서 2022년 6월 4.8%로 증가했다. 이 비율은 2년 전 코로나19 충격으로 급락했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2개 이상의 정규 직업(주당 35시간 이상)을 가진 사람의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20년 2월 30만8000명에서 지난 6월 42만6000명으로 늘었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주 7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통상적으로 부업 증가는 노동시장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전한 신호인 동시에 가정경제에 재정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부업 증가 현상은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1% 오르며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디드 고용 연구소의 경제 연구 책임자 닉 벙커는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소득이 필요해진 사람들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한 교회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식료품 가격이 치솟으며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소외계층에 식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푸드뱅크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기업들의 인력난이 가중되며 전반적으로 임금이 상승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치솟은 물가로 인해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시간당 평균 수입이 지난 1년간 5.1%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전체 임금은 3.6%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월간 실질 임금소득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3월 이후 0 미만으로 하락해 현재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고물가 현상은 가스와 휘발유 등 연료비와 식료품비, 임대료와 같은 생활필수품 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지며 특히 저임금 근로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물가가 올라가면 절감하기 어려운 필수 지출 항목에 소득의 대부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시간당 16.57달러(약 2만1800원)을 버는 로스앤젤레스의 37세 미혼모 애니샤 윌리엄스는 최근 높아진 집세를 감당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 계산원으로 부업을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랄리의 아마존 매장에서 일하는 알버트 앨리엇은 통근 자동차에 필요한 연료를 채우기 위해 최근 지역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시간당 10달러짜리 청소 아르바이트 일을 얻었다.

고소득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찾아 통근을 피하거나, 저렴한 도시로 이동해 연료비를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그러한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다. WP는 특히 직접 일터에 나가야 하는 저임금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자동차 기름값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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