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아닌 법원에서 “충격적 결과”…하청 직원 70% ‘갑질 경험’

전광준 2022. 7. 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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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대한민국 법원을 갑질죄·중간착취죄·부당노동행위죄의 최고 형량인 징역 10년에 처한다." 땅땅땅.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한 판사와 법원 고위공무원의 '갑질'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증인들은 법원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등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 하청 노동자 160명(응답률 50%)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원 내 '갑질 실태'를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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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직장갑질 ]법원 하청 노동자 70%, 공무원 갑질 경험
새벽기도회 컴퓨터 설치 등 갑질 유형 다양
법원전산직 하청 노동자들의 \

“피고인 대한민국 법원을 갑질죄·중간착취죄·부당노동행위죄의 최고 형량인 징역 10년에 처한다.” 땅땅땅.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판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대법관의 권위를 상징하듯 높은 층고에 방청석을 내려다보는 높은 법대 대신, 계단 밑 공간에 마련된 5평 남짓 좁은 법원 노동조합 회의실에 설치된 간이 법정에서 열린 재판이었다. 법원 하청 노동자 최근식씨(법원 전산직 쟁의대책위원장)는 이날만은 남색 노동조합 조끼 대신, 무궁화가 수놓아진 검자주색 법복을 입은 재판장이 되어 주문을 낭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원 전산직 쟁의대책위원회는 이날 ‘법원 노동권 위반 모의재판’을 열었다.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한 판사와 법원 고위공무원의 ‘갑질’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날 재판에는 권오훈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장과 쟁대위 간부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들은 법원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등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 하청 노동자 160명(응답률 50%)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원 내 ‘갑질 실태’를 증언했다.

권오훈 센터장은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 일반 직장인이 직장에서 1번이라도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29% 수준이지만, 법원 하청 노동자들은 70%로 두 배를 넘겼다. 구체적으로 판사나 법원 고위공무원의 요구로 근무시간에 이들 관사나 집을 방문해 개인 컴퓨터를 관리했다는 응답 비율은 33.3%에 달했다. 판사나 공무원의 전화를 받고 근무시간 외에 관사나 집을 방문해 컴퓨터를 관리했다는 응답도 13.6%에 달했다. 여행 예약 등 업무 외 심부름을 했다는 응답도 13.6%에 달했고, 반말을 들었다는 응답 비율도 18.5%로 나타났다.

갑질 목록도 다양했다. 법원에서 열리는 새벽기도회에 필요한 컴퓨터 설치를 위한 새벽 출근 강요, 점심식사 때 술을 마셨다며 대리운전 요구, 휴대전화 구매시 동행, 불법 프로그램 설치요청 등이 대표적이다. 가정에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해달라고 해 거절했더니 보복 및 괴롭힘이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권 센터장은 “법원은 행정부가 마련한 갑질 금지 규정조차 적용되지 않는 무법지대”라며 “과연 지금 법원이 직장 갑질과 괴롭힘에 대한 판결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증인으로 나온 노조 간부들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용역업체를 선정한 뒤 별도 할인율을 적용해 인건비를 부당하게 절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관계’가 아니라면서도 법원이 조합원에게 파업 불참을 종용하고 공무원의 업무대체를 조장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원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등을 맡은 전산직 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이들 노조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7월 초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지만 법원이 ‘민간 고도 기술 활용 분야’라는 이유를 들어 노동자들을 공무직 전환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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