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동문 법률가 230명 청소·경비 노동자와 연대.."학교가 사태 해결해야" 촉구
과거 한국외대 노조 파업에 따른 재학생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언급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와 간담회 열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려는 연세대 동문 법률가들이 무려 230명으로 늘어났다.
연세대 출신 변호사와 노무사·법학교수·법학박사 등 총 230명으로 이뤄진 ‘연세대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동문 법률가 일동’은 18일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학생의 소송 제기 사태 해결을 학교 측에 촉구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는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올해 3월부터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시작한 건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요구와 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용역업체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하청인 용역업체의 거부 이유는 원청인 연세대학교의 권고안 거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늘 최저임금에 턱걸이하는 수준이고, 이를 볼 때 노동자들의 시급인상 요구수준은 결코 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들의 나머지 요구인 샤워실 설치와 퇴사자 공석 신규채용은 통상 사업장이라면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시급 440원 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감축 및 구조조정 반대,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신촌캠퍼스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이에 재학생 3명은 지난 5월 학교 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집회 소음 때문에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이들을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지난달에는 이들을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등의 명목으로 약 64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업무방해 혐의로 낸 고소는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들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인 시급을 이보다 400원 더 올려줄 것을 요구하지만, 연세대와 용역업체는 200원 인상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문 법률가들은 2006년에 215일간 이어졌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국어대학교 지부의 파업을 언급한 뒤, “법원은 하청 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무제공 장소가 원청의 사업장이라면 그곳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이 유사 선례에 따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006년 한국외대 일부 재학생이 노조의 파업은 불법파업이고 과도한 소음 발생 등으로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파업은 정당하며, 파업에 따른 학사행정 중단으로 인해 학교 측에서 관련 서비스를 받지 못한 손해를 입었더라도, 제3자인 원고 등은 그로 인한 손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판시도 했다.
동문 법률가들은 “이번 연세대 청소노동자 사건이 위의 판례와 헌법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학이 지식인으로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더 넓고 깊은 시야를 가지게 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불편에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은 이날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을 만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우와 처우,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쾌적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것도 노동자의 권리인데 화장실 앞 창고를 (노조) 사무실로 쓰고 계시다”며 “그 점도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고, 그 나라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의 보수가 더 적고 환경도 나쁘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필수노동자인데, 힘들고 어려울수록 오히려 대우와 보수가 적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겪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JTBC는 같은 날 연세대 재학생 3명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이들의 소송대리인단에는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 속한 변호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연세대 출신 법률 대리인단 중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가 포함됐다면서, 이번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진보 성향의 민변과 보수 성향의 한변이 맞붙게 됐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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