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첫 행보 '민생과 통합'..'어대명 너머 확대명' 리더십 시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당대표 출마 선언 이후 첫 행보에서 ‘민생과 통합’을 강조했다. 대선 후보 출신으로서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앞세웠다. 이 의원에 맞서는 후보 단일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의원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의원은 출마 선언 다음날인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 창고에서 청소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자 최근 일부 재학생들이 공부에 방해된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연대의 움직임이 이는 등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 곳을 첫 민생 현장으로 찾았다.
이 의원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20원 더 달라고 요구했더라. 학교 측은 10원을 더 주겠다고 하던데 참 가혹한 현실”이라며 “힘겨운 민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청소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최저임금은 그것만 주라는 게 아니고 반드시 그 이상 주라는 최저선인데 최저임금과 적정임금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른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정치권이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이 의원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해 ‘통합’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긴 세월을 탄압받고 정적으로부터 공격당하면서도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해 수평적 정권 교체를 만들었다”며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방명록에 ‘상인적 현실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으로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참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한 야당 대표로서 민주당을 서민과 중산층의 당으로 바로 세우고, 위기 극복 총사령관으로서 전대미문의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를 이겨낸 김대중 대통령의 길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생과 통합’ 행보를 통해 대선 후보 출신의 리더십을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문제를 넘어 국민의 삶을 돌보는 데 집중하고, 이를 위해 갈등 조정과 통합에 앞장서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통합 메시지는 이 의원 자신이 집중 견제받는 당내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권 주자인 설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부산 명지시장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며 “어대명이라고 하는 절망적 체념은 또 다른 패배로 가는 낡은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맞설 후보 단일화 논의도 본격적으로 나오는 양상이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 의원과 다른 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선거가 이루어진다면 ‘어차피 이재명’이 아니고 ‘어쩌면 이재명’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입장에선 이러한 당내 이견을 포용하면서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는 게 주요 과제로 꼽힌다. ‘어대명’ 구도 아래에서 경쟁 후보와 팽팽한 결과가 나오면 승리해도 리더십에 상처가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득표율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확대명’ 결과를 만들어야 이른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 측 구상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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