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투톱 체제' 된 카카오..돌파구 찾을까

한예주 2022. 7.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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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CAC 공동센터장 각자대표 선임…사회적 책임 강화 예정

카카오가 리더십 개편을 통해 최근 이어진 논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남궁훈 카카오 각자 대표(왼쪽)와 홍은택 각자 대표. /카카오 제공

[더팩트|한예주 기자] 카카오가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 센터장을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하며 또 한번의 리더십 개편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와 경영진의 주식 매도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이슈 등 논란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맏형'격이자 김범수 창업자의 '복심'으로 꼽히는 홍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기업 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카카오는 이사회를 통해 홍은택 각자 대표이사의 신규 선임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기자 출신인 홍 신임 각자 대표는 2012년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카카오페이지와 공동주문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를 론칭했으며 2018년부터 3년간 카카오커머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에는 카카오 계열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이에 따라 남궁훈 대표의 단독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홍 대표는 CAC에서 맡고 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장 전략을 총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집중한다. 현재 맡고 있는 CAC 공동 센터장과 카카오임팩트 재단 이사장 직도 유지한다.

남궁훈 대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카카오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글로벌 확장을 주도해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이번 리더십 개편이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믿을 맨' 남궁 대표의 단독 체제가 막을 내리고 이전 4년간 지속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에 이은 '투톱 체제'로 다시 전환된다.

카카오는 2018년부터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채택하며 4년간 2인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조 대표의 임기가 끝마치면서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가 여 대표와 공동대표에 오르는 것으로 내정됐지만,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논란에 휩싸인 끝에 올 1월 물러났고 여 대표 역시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남궁훈 단독대표 체제에 돌입했지만, 카카오는 6개월 만에 다시 두 명의 대표를 갖게 됐다.

'두 명의 대표'는 같지만, 기존의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를 택한 것은 경영 효율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두 사람의 합의가 필요한 공동대표 체제와 달리 각자대표 체제에서는 각각 맡은 분야에서 단독으로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카카오 내 남궁 대표의 영향력이 줄지 않으면서, 지난해부터 카카오에 요구된 사회적 책임 경영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어진 논란으로 남궁 대표가 이사회에 SOS를 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더팩트 DB

업계에선 카카오의 리더십 개편이 최근 불거진 이슈들을 돌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앞서 카카오는 아웃링크 문제로 구글과 대치한 바 있다. 카카오가 앱 내 이모티콘 구독 결제 화면에 웹 결제를 유도하는 아웃링크를 유지했다가 구글로부터 앱 업데이트 심사를 거절 당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주재로 구글과 만난 카카오는 결국 아웃링크를 삭제하기로 하고 앱 업데이트 승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두고도 내홍을 치르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내부에서는 매각 중단을 촉구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임직원 대상의 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궁 대표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까지 모두 챙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가 이사회에 SOS를 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네이버에서도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최수연 대표를 도와 대외·ESG 관련 업무를 챙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대외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홍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의 사회적 성장 가치를 잘 이해해 사업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궁 대표가 카카오 사업을 주도하며 홍 대표가 상생을 보조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신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객 마음을 잘 읽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남궁훈 대표가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카카오는 남궁 대표가, 나는 계열사들이 포함된 카카오 공동체 ESG 경영을 책임진다. 그래서 각자대표 체계"라고 말했다.

한편, 홍 신임 대표는 자신을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복심'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저를 언급한 기사를 보면 제가 NHN(현 네이버) 시절부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알고 지내온 '복심'이라고 묘사한 표현들이 많다"며 "하지만 저는 NHN 시절에도 창업자를 뵌 적이 없었고 카카오에 입사할 때도 다른 분들이 추천했다. 지금도 복심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회사에 복심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김 창업자는 본인의 생각과 다른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을 중요시하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또 "제가 주장이 강한 편인데도, 저는 물론 주장이 뾰족한 인물들이 이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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