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많아지는데..韓 수학 글로벌 위상은 '고공행진'

이진영 2022. 7. 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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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제수학연맹,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한국 승격
한국계 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국에 이어 한국 2위
금종회 회장,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으로 선출
주입식 입시 교육시스템·장기 연구 토대 부족 등 과제도 산적

[서울=뉴시스]지난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6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개회식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한 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우진, 진영범, 정유찬, 이규동, 배준휘, 김동현군.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2.07.16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국제수학연맹(IMU)은 지난 2월 한국의 국가 등급을 4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승격시켰다. 이어 지난 5일에는 한국계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필즈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한 달도 안돼 각국의 수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한국 학생들이 2위를 차지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의 수학 위상이 올해부터 명실상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총 11일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제6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최우진(서울과학고2) ▲배준휘(서울과학고2) ▲이규동(서울과학고2) ▲김동현(서울과학고3) ▲정유찬(서울과학고1) ▲진영범(서울과학고1) 등 한국대표단 학생 6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는 104개국 589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경연을 펼쳤으며, 한국 대표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해, 총점 208점으로 중국에 이어 국가 종합 2위를 달성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1959년 루마니아에서 제1회 대회가 개최됐다. 전 세계 수학 분야 영재들의 학습 의욕 고취와 국제 친선 및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매년 전 세계를 순회해 열린다. 국가별로 20세 미만의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6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매년 6명의 학생이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출전 첫해 22위에 그쳤지만 2012년과 2017년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2016년에는 종합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교 이어 대학원 석사까지 마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5일 필즈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의 수학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해석이다.

필즈상은 IMU가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새로운 수학 분야를 개척한 '만 40세 이하'의 젊은 학자 최대 4명에게 수여하는 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노벨 수학상'이 없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한편에서는 노벨상은 매년 시상하며 공동 수상이 많은 반면, 필즈상은 4년마다 최대 4명까지만 시상하고 공동 수상이 불가, 여기에 나이 제한까지 있어 노벨상보다 받기 더 어려운 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시아에서 노벨상 최다 수상국(29명)인 일본도 그간 필즈상 수상자가 3명에 불과하다.

[헬싱키=AP/뉴시스] 허준이(June Huh, 오른쪽) 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학교에서 국제수학연맹(IMU)이 시상하는 필즈상을 받고 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는 이날 한국계 최초로 상을 받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22.07.05.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성과를 낸 학생들이 30여년간 쌓이면서 국내 수학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이 처음 참가한 1988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조국에 첫 메달(동메달)을 안겨준 당시 광주 광덕고 3학년 김영훈 학생은 서울대 교수가 됐고 허준이 교수의 석사 지도교수를 맡았다.

또 서울대 송용수·서인석 교수, UC 버클리 신석우 교수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수학자로 성장해 기초학문 발전은 물론 후학양성·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필즈상 수상자의 상당수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인 것을 고려하면 제2, 제3의 허준이 교수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수학계는 한국이 필즈상을 넘볼 수 있을 정도로 인재 토양이 두터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성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1989년생), 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1986년), 정인지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1990년생) 등 3명이 필즈상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한 IMU는 지난 2월 한국 수학의 국가 등급을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상향했다. 1981년에 그룹1으로 IMU에 가입한 이래 1993년에 그룹2, 2007년에 그룹4, 2022년에 최상위인 그룹5로 승급된 것이다. 역대 회원 국가 중 최단 기간에 최고 그룹으로 높였다. 현재 5그룹에 속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 등 총 12개국 밖에 없다.

이 등급은 ICM의 한국 수학자 초청 실적,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수학 논문 실적, 주요 연구원과 대학의 수학 연구 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5그룹 승격으로 한국은 IMU 총회 등의 선거 등에서 5표의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금종해 대한수학회장


아울러 대한수학회는 이달 열린 국제수학연맹 총회에서 금종해 대한수학회장(고등과학원 교수)가 IMU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임기는 2023년 1월 1일부터 4년이다. 집행위원회는 IMU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11명의 위원(회장 1인+사무총장 1인+부회장 2인+집행위원 6인+전임회장)으로 구성됐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일본과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개최했다.

한국은 짧은 수학 연구 역사에 비해 빠르게 성과를 이뤄내고 있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고질적인 주입식 입시 교육시스템부터 시작해 장기적인 수학의 연구 토대 부족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상당하다. 또 교육 현장에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2020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 3 수학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이 절반(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도 수학을 연구하기보다 의대 등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뛰어난 학생들은 체계적인 지도를 받아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고등과학원에서 개최된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회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가장 큰 문제는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평가받는 데 사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난 6일 필즈상 수상 기념 영상 기자브리핑에서 제2의 허준이가 나오기 위해 한국 교육이 어떻게 보완될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과학자들에게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즐거움을 쫓으면서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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