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산양'이 위험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 산양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올해 3월, 역대 최장 동해안 산불로 서식지를 잃은 '산양'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생기고 있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4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통해 위험에 빠진 산양의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 "산불로 사라진 국내 최대 서식지"…대규모 이동 시작했는데
올봄, 최장 기간으로 기록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 기억하시죠? 사실 이 두 지역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의 국내 최대 서식지입니다.
하지만 동해안 산불로 서식지 4,353ha가 불에 탔습니다. 산불로 사람은 물론이고, 산양 역시 터전을 잃었습니다.
녹색연합은 3월부터 넉 달 동안 8차례 걸쳐 조사한 결과, 산양의 기존 서식지인 울진군 두천리와 소광리 일대는 산불로 서식 환경이 훼손됐고, 산양은 이 지역을 떠났습니다. 소광리 일대 기존 서식지에 산양 먹이와 함께 설치한 무인카메라에서 3월부터 5월까지 단 한 마리의 산양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산불 이전에는 주로 능선부 인근 상부사면 암석지대 중 꼬리진달래 등 봄철 먹잇감이 풍부한 곳을 중심으로 산양 떼가 목격됐습니다. 하지만 산불 이후 먹이 식물이 불에 타고, 계속된 가뭄까지 겹쳐 물까지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산양이 이곳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로 녹색연합은 분석했습니다.
사실 산양은 소리에 매우 민감해 도로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 산양이 대규모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식지를 잃은 산양들이 서쪽(봉화·삼척)과 남쪽(불영계곡)으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남쪽으로 이동하던 산양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더는 이동하지 못하고 한 곳에 고립된 이유, 36번 국도에 가로막혔기 때문입니다.
고립을 뒷받침해 주는 다양한 증거들도 조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덕풍계곡과 삿갓봉, 36번 국도 인근에서는 서식 흔적이 높은 밀도로 발견됐습니다. 특히 산불 이전에는 서식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임도와 국도변 곳곳에서 대형 분변 자리가 발견됐습니다. 새로운 서식지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까지 내려와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CCTV에도 산양의 이동이 확인됐습니다.
산양들은 차량 운행이 적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도로변에 나타났습니다. 3월 17일부터 4월 17일까지 30일간 산양이 관찰된 일수는 14일로 이틀에 한 번꼴로 도로 주변에서 발견됐습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산양들은 도로 인근에서 먹이를 먹거나 분변 활동을 하며 서성이다가 오랜 시간 도로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몇몇 산양들은 유도 펜스가 끊긴 지점을 통해 도로 가까이 접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새 땅 찾아 나선 산양의 최대 걸림돌, '로드킬'
녹색연합에 따르면 울진군 산양 서식지는 현재 신규 36번 국도와 기존 36번 국도로 인해 이중으로 단절돼 있습니다.
기존 36번 국도 울진읍- 금강송면 삼근교차로까지 구간은 낙석위험과 ASF 방지 펜스가 설치되어 야생동물들이 국도를 넘어 왕피천이나 소광리로 오갈 수 없고, 신규 36번 국도에 조성된 생태통로도 허술하게 관리돼 로드킬 위험이 큽니다.
녹색연합은 "울진읍-삼근교차로 구간 중 8곳에서 유도울타리 부실 설치 지점이 발견됐다"면서 "울타리가 단절된 지점이 있을 경우 야생동물들은 멀리 떨어진 생태통로가 아닌 가까운 단절지를 이용하여 도로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발생한 산불로 산양 서식지는 더욱 줄었으며 파편화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대책에는 숲에서 살아가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고려도 함께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식지를 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고 어떤 보호조치가 필요한지, 기존 서식지 복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식지를 잃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천연기념물 산양을 위해 우리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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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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