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가공업체들 계약금 2억원까지 포기하고 안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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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공업체들이 미리 낸 계약금 2억원도 포기하고 나락을 안 사가."
편해원 신포항농협 조합장은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이면 계약을 한 가공업체들이 나락을 모두 가져가 저장고가 비어 있어야 한다"면서 "쌀값 내림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부터 계약했던 가공업체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계약을 해지하더니 지금은 모든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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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쌀 가공업체들이 미리 낸 계약금 2억원도 포기하고 나락을 안 사가."
오호태 대구·경북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운영협의회장은 최근 쌀값 폭락에 따른 어려움을 묻자 이같이 답하며 긴 한숨을 덧붙였다.
가파른 물가상승에도 쌀값만이 떨어지는 가운데 장대비가 쏟아진 18일 찾은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저장고에는 무게 1t짜리 나락 포대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나락은 도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건조 벼다.
오 회장은 "지난해 건조 벼를 40kg 한 포대당 6만1천600원에 농민들로부터 수매했는데 지금 시세가 5만2천원 선이다. 이러니 팔리겠냐"고 했다.
신포항농협은 포항 북구 청하면, 송라면, 신광면 등 3개 면에서 지난해 수확한 건조 벼 5천300t을 수매해 보관 중이다.
올해 초 건조 벼 전량을 쌀가공업체들과 업체별로 계약금 약 2억원을 미리 받고 매각을 완료했지만, 쌀값이 떨어지며 계약해지가 잇따랐다.
편해원 신포항농협 조합장은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이면 계약을 한 가공업체들이 나락을 모두 가져가 저장고가 비어 있어야 한다"면서 "쌀값 내림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부터 계약했던 가공업체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계약을 해지하더니 지금은 모든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4천851원이다.
산지 쌀값은 작년 10월 5만5천원까지 오른 후 지속해서 하락하다가 지난 5월부터는 최근 5년간 평년 가격(약 4만7천원) 밑으로 떨어졌다.
판로가 막히면서 신포항농협은 올해 약 10억 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피해는 결국 조합원인 농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편 조합장은 "보관 중인 나락도 큰 문제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올해 햅쌀 수매를 해야 하는데 저장고가 없어 수매를 못 할 수도 있는 사태가 더 큰 문제"라며 표정이 굳어졌다.
오 회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획기적인 쌀 정책변화가 없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없을 것"이라면서 "가물던 하늘에 모처럼 비가 내리는 만큼 쌀값 관련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mtk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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