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야 사는' 르노코리아·한국GM이 짊어진 '임단협 모래주머니'

정한결 기자 2022. 7. 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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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GM 노사가 임단협 7차 교섭에 임한 모습. /사진=한국GM노조 홈페이지.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두고 완성차업계 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앞둔 반면 르노코리아·한국GM 등은 좀처럼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수년 째 적자를 기록 중인 양사에 '하투(夏鬪)' 위기가 불거졌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9일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 나선다. 이날 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하게 된다.

당초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신임 노조 지도부가 임금 인상에 이어 전기차 공장 신설과 생산직 신규 채용 등 고용 안정 조치도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실제로 파업권까지 확보하면서 사측의 요구 수용 없이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을 눈앞에 뒀다.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추세를 이어가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최대치인 6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 등 노사 협상을 진행중인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가 노조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다른 완성차업계 노조의 요구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GM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근속수당 상한선 폐지, 직급수당 인상, 유류비 지원, 해고자 복직, 국내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 등을 요구했다. 기본급을 9만8000원, 성과급을 200%+4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이다. 노조 측은 GM해외사업부문(GMI) 실적이 개선됐다며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GMI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3300억원의 적자를 봤으며,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해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일시금 500만원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노조는 특히 사측이 제시한 '임단협 다년합의'를 두고 크게 반발했다. 박종규 르노코리아 노조위원장은 지난 14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2024년까지 임단협을 합의하며 회사는 노조가 행사할 수 있는 노동3권을 없애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르노코리아 노조는 파업권 확보 수순에 나섰다. 지난 13~14일 파업 찬반투표를 찬성률 80.9%(재적 인원 대비 71.9%)로 가결시켰으며,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노동위 조정 기간이 지나면 26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갖게 된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연초만 해도 기존 강성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며 3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올해 노조가 쟁의권을 행사하면 4년 연속 파업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GM 노사도 지난해 3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분파업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사 갈등이 다시금 불거지면서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글로벌과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현대차와 달리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국내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수입차업체보다 판매량이 낮다. 르노코리아는 2년 연속 영업손실을, 한국GM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에서 직원과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자국 노조 3곳과 3년간의 다년합의를 통해 1700명을 해고하기로 합의했다. 제네럴모터스(GM) 본사 역시 한국에 전기차 신차 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양사가 결국 자체 신차 개발에 착수하면서 '버티는 것'이 과제가 됐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길리그룹과 손잡고 오는 2024년 하이브리드 차량을, 한국GM은 내년 자체 개발한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물을 내야하는 시점에 노사의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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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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