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장제원, 밥 먹고 사흘 만에 '헤어질 결심'?
우씨 채용에 "압력 아니라 추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강릉 지역구 선관위원 아들’ 채용 청탁 논란이 일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말씀이 무척 거칠다”고 지적했다. 권 대행이 자신에게 해당 인물이 대통령실에 채용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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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압력을 넣었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등등의 거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권 대행의 거친 언행이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을 더 확대시켰다고 보고 자중할 것으로 요청한 것이다.
장 의원은 “국민들은 말의 내용 뿐만 아니라 태도를 본다”며 “권 대행은 이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이후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이견으로 불거졌던 갈등설을 지난 15일 ‘화해 오찬’으로 잠재운 지 사흘 만에, 장 의원이 다시금 권 대행에게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윤석열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사 책임을 맡았던 장 의원은 ‘강릉 지역구 선관위원 아들’인 우아무개(32)씨의 채용이 ‘압력’이 아닌 ‘추천’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저는 권성동 대표로 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며 “다양한 경로로 추천받은 인사 대상자들을 공무원 출신 그룹과 정당 출신 그룹 그리고 국회 출신 그룹과 캠프 출신 그룹 등으로 적절히 배분하여 인선 기준을 만들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첨부된 자료들을 누구의 추천인지는 알 수 없도록 해서 인사팀에 넘겼고 인사팀에서 대상자의 세평과 능력 그리고 선거 공헌도와 이력 등을 고려해 직급을 부여하고 발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행이 언론을 통해 우씨에 대해 ‘7급을 부탁했으나 9급이 됐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장 의원은 “기억에 없으며 우씨 역시 업무 능력과 이력, 선거 공헌도 등을 고려해 직급을 부여받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의 추천을 통해 대통령실이 꾸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저는 당선인 비서실장으로서 추천자의 지위고하에 전혀 개의치 않았고, 저희 인사팀 또한 저를 믿고 소신껏 일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장 의원의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이날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에게 “당 소속 의원이 당 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에게 이런저런 쓴소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의원이나 당원들의 비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행이 장 의원의 공개 비판을 재반박하지 않고 즉시 수용함으로써, 엇박자가 커지는 모습은 피했다. 장 의원의 지적 또한 대통령실 직원의 ‘사적 채용’ 논란을 수습하는 데 무게를 둔 것이긴 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현역 의원으로 꼽히는 권 대행과 장 의원 두 사람 사이의 권력 싸움의 단면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 당선의 핵심 공신으로 꼽히지만, 대선 뒤 장 의원은 윤 당선자 비서실장에서 평 의원으로 복귀하고, 권 대행은 당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둘 간의 신경전이 여러차례 노출됐다. 친윤석열계 의원들 모임인 ‘민들레’ 출범을 놓고 권 대행은 견제구를 던졌고,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에도 권 대행은 자신이 당 대표 역할을 임시로 겸하는 직무대행 체제를 관철해냈다. 장 의원은 직무대행 체제보다는 전당대회를 통한 새 대표 선출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이 이날 우아무개씨 채용 관련해 권 의원의 ‘거친 입’을 공개 저격하고, 자신이 대통령실 인사 책임자였다며 정황을 설명한 것은 여권 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공개적으로 환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형제애’를 과시하더라도 물밑에서는 ‘권-장 파워 게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 의원의 이날 발언은 우아무개씨 채용에 대한 권 대행의 발언 태도가 2030 세대의 감정을 자극해 윤 대통령에게도 더 큰 악재로 확대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나선 성격도 있다. 즉, ‘누가 윤 대통령의 진정한 방패인가’를 과시한 장면으로 풀이할 수도 있는 셈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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