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 잠그고 가로등 어둡게.."겨울 두렵다" 허리띠 졸라맨 나라들

김성은 기자 2022. 7.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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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AFP=뉴스1


50년 전 '오일쇼크'보다 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에 유럽이 에너지 절약 운동에 나서고 있다. 기록적 폭염 탓에 전력 수급난을 우려한 일본도 가세, 사실상 전세계가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각국 정부는 가격 급등은 물론 꼭 필요한 동절기 에너지가 동나는 것을 막으려면 절약 밖에 없다고 했다.

체육관 온수 끊고 가로등 불빛 낮추고···EU, 이번주 에너지 절감 계획 발표
18일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에 대비한 에너지 절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지난 5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동절기를 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11월까지 가스 저장고의 80%를 채울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정기보수를 이유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자 목표치에 미달하는 국가들이 생길 것으로 예측됐다. FT에 따르면 EU의 전체 가스 저장소는 62% 채워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불가리아, 크로아티아와 같은 일부 국가는 38%밖에 못 채우는 등 편차가 크다.

이런 탓에 EU를 비롯한 각국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올 여름부터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중이다. EU에서는 회원국들이 공공건물 내 난방 온도는 19도, 냉방 온도는 25도로 제한하는 방법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할 예정이다. 가스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원전 폐쇄를 연기하는 방안도 권장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가스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한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혁명기념일 인터뷰에서 각 기관과 가정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 향후 2년간 프랑스 경제 전반에 걸쳐 에너지 사용을 10% 감축한단 새 목표도 내놨다.

이탈리아도 샤워시간 줄이기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나섰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지난 11일 "올 연말까지 에너지 비축량은 90%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2024년 하반기까지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신규 (에너지) 공급 업체가 늘겠지만 당장 2022년 겨울은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올 여름 물, 전기, 가스를 덜 소비토록 공공 캠페인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친골라니 장관은 "만일 우리가 평균 온도를 섭씨 1도 낮추거나 난방 시간을 1시간 줄인다면 우리는 연간 15억㎥에서 20억㎥의 가스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도 에너지 절약에 일찌감치 나선 대표적인 국가다. 독일 도시협회(German Association of Towns and Cities) 측은 밤에 신호등 끄기, 의회 건물·박물관·스포츠 센터 온수 중단, 유적지에 조명 비추기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FT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지역은 9월 중순까지 86개 학교와 60개 체육관 온수를 중단했다. 독일 쾰른 지역에서는 밤 11시부터 가로등 조도를 평상시 70% 수준으로 낮췄다. 일반 가계에서는 겨울에 가스가 끊길 것을 대비해 난로를 사들이고 있다.

클라우스 뮐러 독일 연방네트워크 청장은 2023년부터 가계 연간 가스료가 약 1500유로에서 4500유로(600만원)로 3배 가량 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라며 "특정 시점에 가격 인상이 한꺼번에 이뤄지진 않겠지만 요금 급등에 대비해서라도 지금 에너지 비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발 가스대란과는 무관하지만 일본도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 폭염에 시달리면서 전력난을 우려, 지난달부터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도쿄 및 인근 주민 3700여 만 명을 대상으로 오후 3시간 동안 전등과 전원을 끄고 에어컨은 적정 온도로 운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빈 손' 바이든, 국제유가 진정세에 찬물 끼얹나
국제유가 진정세에 영향을 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졌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 이후 지난 16일(현지시간) "석유 정책은 시장 논리와 OPEC+(석유수출기구와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OPEC+은 8월3일 개최 예정이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어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빈 손'으로 귀국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이 증산을 이끌어내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추정이 제기됐었다.

1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기준 배럴당 94.25달러를 기록, 지난 12일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후 숨고르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초(76.08달러) 대비 여전히 높으나 유가가 지난달 한 때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 대비 낮아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국제유가가 하향한데다 유류세 최대폭 인하 효과까지 겹치며 고공행진하던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이달 들어 줄곧 내림세다. 유가는 특히 최근 들어 공급부족이라는 상승요인과 경기침체라는 하락요인 사이에서 팽팽히 줄다리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향방을 예상하기에 변수가 너무 많다"며 "어떤 이유로든 만약 국제유가 상승 전환과 함께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또 오른다면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다른 나라들처럼 우리도 수요를 낮춰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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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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