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격범, 일본형 외로운 늑대"..日, 통일교-정치권 유착 외면
기사내용 요약
야마가미, 아베 개인 보다는 불만 해결할 '상징'으로 인식
오사카 클리닉 방화 살인, 쿄아니 방화 살인 등 비슷한 추세
"개인적 원망의 해소를 이유로 하고 있는 점에서 같은 계보"
일본 내 외로운 늑대 자생 방치한 정부 등 책임도 따져봐야
日 현역 의원 중 통일교 유착 관계 아베 전 비서 등 112명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총격 사건으로 체포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 사건을 놓고 '일본형 외로운 늑대' 테러라고 일본 지지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아베 총격 사건을 두고 외로운 늑대형 테러로 분류하고 있지만, '외로운 늑대'를 방치한 일본 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 총격사건으로 체포된 무직 야마가미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의 한 간부를 노렸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해 통일교와 관계가 깊은 아베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키류 마사유키 도요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는 지지통신에 오사카시에서 발생한 클리닉 방화 살인 등 최근의 대형 살인 사건을 들어 "개인적 원망의 해소를 이유로 하고 있는 점에서 같은 계보"라고 지적했다.
오사카 클리닉 방화 살인은 지난해 12월 오사카에 위치한 '일하는 사람의 니시우메다(西梅田) 마음과 몸 클리닉'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던 60대 남성 다니모토 모리오(谷本盛雄·사망)가 병원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26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키류 교수는 야마가미가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를 단락적(短絡的)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오사카의 사건은 (용의자가) 클리닉 전체를 자신의 문제 해결의 상징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도 아베를 개인이 아닌 '상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공통점을 지적했다.
야마가미는 선거 기간 중에 저지른 범행이지만, 정치적 이념이나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개인적 원한과는 무관하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 있다.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 중에서도 아베 전 총리가 가장 상징적 인물이라고 보고 표적으로 삼았을 수 있다.
인터넷상의 편향된 정보에 의해서 야마가미의 비뚤어진 인식이 강화됐을 가능성도 키류 교수는 지적했다.
키류 교수는 "2019년 7월 교토 애니메이션(쿄아니) 스튜디오 건물 방화 살인 사건에서는 방화범이 인터넷 검색으로 교토 애니메이션이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믿었던 것이 사건으로 연결됐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본인(야마가미)이 인터넷을 검색할수록 아베와 종교의 연결고리를 강화시킬 만한 정보만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키류 교수는 쿄아니 사건 등 개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일어난 최근의 무차별 살상 사건을 '일본형 외로운 늑대형 테러'로 규정했다.
서구의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는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에 기인해 차별에 시달리는 이슬람계 이민자들이 단독으로 범행을 실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일본형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는 정치적, 사상적 의미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키류 교수는 지적했다.
키류 교수는 이러한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수사기관이 범행동기에 주목해 최근 일어난 대형 살인 사건의 데이터를 모아 범죄 경향을 수집,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야마가미의 총격사건을 두고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채 단독 범행을 저지른 점을 들어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형 테러라고 분석하지만, 외로운 늑대로 자생하도록 국가가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야마가미의 범행 배경에는 통일교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었고, 일본 정치권은 통일교와 유착관계를 맺는 정종유착(政宗癒着)의 현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교와 관련이 있는 일본의 현역 국회의원은 112명에 달해 "통일교의 정치권 침투는 무시무시하다"고 닛칸겐다이가 17일 보도하기도 했다.
닛칸겐다이가 언론인 스즈키 에이트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교와 관련이 있는 정치인은 자민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에서는 중의원 78명, 참의원 20명 등 98명의 현역 의원이 통일교 계열 단체 등과의 관계를 맺었다. 이 가운데 내각 관료나 당 간부 출신 의원도 34명에 달했다.
야당에서도 중도 좌파 성향인 입헌민주당 6명, 극우 성향 일본유신회 5명, 중도 보수 성향 국민민주당 2명도 통일교와 연관이 있다.
통일교와 관계가 인정되는 의원 대부분이 두번째 아베 정권 이후 장관과 부대신, 정무관 등에 기용돼 왔다. 특히 아베 신존(安倍晋三) 전 총리의 두번째 총리 재임 당시인 2019년 제4차 내각 개편에서는 각료 20명 중 10명이 옛 통일교와 관련이 있었다.
대부분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축사 등을 보내는 것 외에도 통일교 계통 언론(워싱턴타임스 등)에 인터뷰가 실린 경우도 있었다. 통일교 관련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통일교와 관계를 맺은 일본 정치인 중에는 아베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노우에 요시유키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이노우에 의원은 제1차 아베 정권 때 총리 비서관을 지낸 측근으로 이번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사이타마시 문화센터에서 열린 통일교 집회(7월6일)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집회에서 통일교 한 간부는 "이노우에 선생님은 이미 신도가 되었다"고 소개하면서 "반드시 (선거에서)이겨야 한다. 이겨야 선이고 지는 건 악이다"라며 지지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칸겐다이는 당시 현장을 취재한 언론인 요코타 카즈루의 발언을 인용해 실제 이노우에는 통일교의 '찬동(찬성) 회원'이 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통일교는 전국에 10만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노우에는 16만5000표를 얻어 당선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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