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촉법소년 하향', 인권위도 반대..해외는 몇살부터 형사처벌?
독일, 나치시대 형사미성년 12세로 하향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법무부가 추진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찬반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아동범죄는 재활과 회복적 사법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흉포화 되고 있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법무부 취지와 대치된다. 선진국에서는 소년범죄 처벌 연령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한두 살 낮추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찬반 논란은 재점화됐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현재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만 받는다. 살인·강도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벌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늘어남에 따라 처벌 가능한 나이를 낮춰 범죄율을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법무부는 최근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촉법소년 상한을 12세로 낮출지, 13세로 낮출지 또는 해외사례를 고려해 사안별로 죄명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지 등을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지난 정부에서도 계속돼왔지만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에 중단된 바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이 다르다. 엄벌주의가 형사제도를 이끌던 1970~1990년대에 소년범을 혹독하게 다룬 역사가 있지만, 2000년대 이후 '교화' 위주로 행정 기조가 바뀌었다. 엄벌주의에 경종을 울린 것은 바로 재범율의 증가였다.
이중엽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경찰행정학 교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비행 청소년에게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가하는 수감자를 만나게 하는 교화 프로그램(Scared Straight)과 규율이 엄격한 소년원(Boot Camp) 등 소년범들을 매우 혹독하게 대하는 제도가 유행했는데, 훗날 이런 제도들이 교화 기능은 커녕 재범율을 높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와 학술논문 등에 따르면 이런 엄벌제도가 재범율을 8% 이상 증가시켰으며, 특히 죄질이 낮은 소년범일수록 수감 후 재범율이 더 높아졌다.
최근 미국의 교화는 70년대식 집단 위주가 아닌 개인별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수년 간의 학술적 분석을 통해 소년범의 가정 및 사회적 배경에 따라 재범율이 달라지고, 교화프로그램에 반응하는 정도도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각각의 재범 요인(risk)과 교정 요인(needs)을 분석해 적절한 교화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촉법소년 연령이 높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주가 만 12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고, 33개주는 형법적용 하한 연령이 아예 없으며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만 6세가 기준이다. 이 교수는 "촉법연령을 낮추되, 형벌을 세분화하고 다양화해 교정율을 올리고자 노력한다"면서 "연방정부 보고서에도 재범 및 교정요인 분석을 통한 교정프로그램 등이 재범율을 40% 낮추고, 1달러 지출에 11달러의 사회경제적 이득을 준다고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형사책임연령은 선진국의 시각에서 볼 때 이미 낮은 편에 속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2년 12월 출간한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 설정과 소년법상 소년보호처분제도와의 관계'라는 정책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소년구금의 연령을 15세 전후로 책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소년원 송치가 가능한 최저연령이 10세에 불과하다. 연구서는 보호처분 또한 형사제재에 속한다고 보는 세계인의 시각에서 한국의 실질적인 형사책임연령은 10세로,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소년사법적용 대상 연령은 만 10세 이상부터 만 18세 미만까지이다. 만 10세 이상 만 17세까지는 사건이 소년법원에서 다뤄지며 형벌과는 다른 처분이 내려진다. 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성인교도소와는 다른 특수처우센터로 보내지며, 18세 이상이라도 만 25세 미만까지는 성인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지는 않는다.
독일의 형법상 미성년자는 14세이다. 14세 미만인 자는 형사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소년법원법상으로 소년법원의 관할 대상도 아니다. 독일은 소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1923년 소년법원법 제정을 통해 형사처분 연령을 12세에서 14세로 상향조정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연령을 기준으로 했다. 이후 나치시대에 형사미성년 연령을 1871년 제국 형법 전 수준인 12세로 낮췄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 14세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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