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래 수억 대출'..허술한 실명 확인에 비대면 사기 속출

김규빈 기자 2022. 7. 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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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직원이 A씨 신분증을 몰래 복사하고 대포폰을 개통해 4개 금융회사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5대 은행 중 신분증과 원본 대조가 가능한 진위확인시스템을 갖춘 모바일뱅킹은 전무하다"며 "시중은행은 금융위의 전기통신금융사기방지종합대책에 따라 신분증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절차나 보안시스템을 알면서도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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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신고된 신분증으로 비대면 대출..실명 확인에 구멍"
경실련 "금융기관, 대출사기 발생해도 피해자에게 떠넘겨"
경실련이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금융사 엉터리 핀테크 비대면 실명확인 금융사고 피해자 고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해 8월 자녀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을 돌려받기 위해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던 A씨는 졸지에 1억5000만원의 빚을 지게됐다. 대리점 직원이 A씨 신분증을 몰래 복사하고 대포폰을 개통해 4개 금융회사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금융회사에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이자도 부담하게 됐다.

#B씨 또한 5920만원의 대출사기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B씨의 휴대폰을 절취한 후 휴대폰에 저장된 B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이용해 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가해자가 B씨의 직장 정보와 집 주소를 사실과 달리 기재하고 분실 신고된 B씨의 신분증을 사용했는데도 대출이 승인됐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엉터리 핀테크·비대면 실명확인 금융사고 피해자 고발대회'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사의 신분증 사본인증 시스템으로 인한 대출사기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경실련은 금융사가 모바일뱅킹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 확인 시 신분증 원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가 발생해도 금융회사는 피해구제에 나서지 않을 뿐더러 피해금액을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5대 은행 중 신분증과 원본 대조가 가능한 진위확인시스템을 갖춘 모바일뱅킹은 전무하다"며 "시중은행은 금융위의 전기통신금융사기방지종합대책에 따라 신분증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절차나 보안시스템을 알면서도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전기통신금융사기는 피해사고를 낸 금융회사와 피해고객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사기범이 잡혀야만 피해자 손해배상이나 분쟁조정이 이뤄진다"며 "금융사고의 당사자인 금융회사는 피해고객에게 손해를 우선 변제한 후 사기범이 잡히면 사기범과 정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호윤 경실련 금융개혁위원도 "금융 당국이 위험성 관리보다 새 제도의 도입을 우선시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피해자로 하여금 사고 대응과 증거 확보를 위해 이곳 저곳 안 다니게끔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Δ대출사기 피해사례 접수시 금융회사 권리행사 중지 Δ경찰·금감원·금융회사 등이 참여하는 금융기관조정기구 설치 Δ피해자 채무면책 지원 기구 설치 등 대출사기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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