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덫'에 빠진 화학기업, 친환경 노력은 미미, 온실가스는 증가

박상영 기자 2022. 7. 18. 15: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날인 22일 시민 활동가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 포장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고 네이키드, 노 플라스틱’ 캠페인을 하고 있다. 캠페인에는 아이쿱생협, 러쉬, 런데이, 소비자기후행동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 /한수빈 기자

대표적인 ‘고탄소 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국내 주요 화학기업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탄소배출량도 덩달아 늘었다. 화학기업들은 대책으로 바이오·재활용 플라스틱 생산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천억원대 배출권을 사야 할 수도 있다.

18일 국내 4대 화학기업이 최근 공시한 ‘2022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보면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대비해 증가했다.

화학기업 중 국내 최대 매출액 규모인 LG화학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033만9725tCO2e(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1년 전(953만2984tCO2e) 대비 8.46%(80만6741tCO2e) 증가했다. 공장 연료 사용 등으로 인한 직접 배출량인 ‘스코프(scope)1’은 전년 대비 8.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업체에서 공급받는 전기 생산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2’도 8.34% 늘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대비 17.36%(96만7839tCO2e) 뛰었다.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이 22.58%(81만8410tCO2e)나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한화솔루션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6.52%(15만6571tCO2e)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산업활동이 회복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초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에도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는 “2020년 약 818만t이었던 LG화학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에는 1229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도 “사업이 확대되고 성장함에 따라 제품 생산량 증가와 동시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화학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최대 17% 넘게 늘어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원유 기반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나프타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주로 배출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석유화학산업 탄소중립 전략과 정책적 대응방안’을 보면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상위 30대 기업 중 석유화학 기업이 9개일 정도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당장 매출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경우 ‘무상할당’ 업체로 분류돼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년~2025년)에는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에는 ‘유상할당’으로 변경되면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넥스트는 LG화학의 경우 2026년부터 약 5600억원 이상의 배출권 구매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원료(나프타)를 대체하는 노력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 생산 규모가 적어 배출량 감축에는 큰 도움이 못 된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한 기계적 재활용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고분자 형태의 플라스틱을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상용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나프타를 분해할 때 필요한 열에너지 생산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화석연료(석유, 석탄)와 부생가스를 전기로 대체하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화학 3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0.1%에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화학사들은 기존 화석연료인 나프타를 수소나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료 대체’ 전략도 추진 중이다. 다만, 원료 조달의 안정성과 높은 가격이 골치거리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금도 바이오에너지 가격이 기존 연료에 비해 최대 6배 가량 높다”며 “각국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 글로벌 바이오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 생산비 중 원가 비중이 80% 이상인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가격 경쟁력도 악화될 수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넥스트 관계자는 “재생 플라스틱의 국내 생산 시점을 앞당기고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술 투자에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원유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새 원료 생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원유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