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일만에 복직한 '코로나 1호 해고자'가 출근길에 떠올린 건..

조해람 기자 2022. 7. 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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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케이오 김계월씨 부당해고 799일만에 복직
지난해 9월23일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인 김계월 지부장이 천막에 앉아 있다. 이석우 기자

코로나19가 덮치자 세상은 가장 약한 곳부터 털어냈다. 하늘길이 막힌 2020년 5월11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청소와 수하물 관리를 맡은 재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는 직원들에게 선택지를 내밀었다. ‘무기한 무급휴직’을 하거나, 희망퇴직하거나. 회사는 휴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인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회사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8명은 정리해고를 당했다. ‘코로나 1호 정리해고’로 알려진 아시아나케이오 사태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2년 넘게 이어진 싸움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이겼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의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행정법원도 이들의 손을 들었다. 노동자들은 계속 이겼지만 법에서만 이겼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회사는 부당해고 판정을 무시하며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다시 긴 싸움. 농성장을 지키던 ‘동지’ 3명은 길 위에서 정년을 맞았다. 생계의 벽 앞에서 버티다 못한 이들은 미안해하며 농성장을 떠났다.

투쟁 799일째 되는 18일 복직한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59)이 2년 만의 출근길에서 만감이 교차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원직복직은 굉장히 좋아할 일이고 기쁜 일이죠. 그런데 함께 싸운 동지들이 복직을 못하고 혼자 오게 돼서…. 함께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았다. 끝까지 투쟁을 함께한 동료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8시 회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 지부장을 축하했다. “마지막까지 노동자의 자존심을 함께 지켜 준” 고마운 이들이자, 김 지부장이 “아직 투쟁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9월23일 김계월 지부장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이석우 기자

회사 대신 거리로 출근하며 버틴 지난 2년이 김 지부장의 눈앞에 스친다. 1차 하청도 아닌 재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은 남들보다 더 고되고 힘겨웠다. 그래서 끈질겼다. 2020년 5월15일, 처음 농성 천막을 본사 앞에 쳤을 때 사측은 천막을 강제로 뜯어냈다. 치고 뜯기고 치고 뜯기고 반복한 끝에 1톤 트럭에 천막을 치기도 했다. 오체투지, 도보행진, 단식… 안 해본 게 없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종로구청 용역들과 경찰들이 매순간 들이닥쳤다.

노동자들은 간절했다. 법이 그들을 보장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업과 돈의 논리가 법보다 더 강력하다는 걸 피부로 알고 있던 이들이었다. 부당해고 여부 첫 판정이 나온 2020년 7월13일. 장맛비가 쏟아지던 그날 아침부터 인천지노위 앞에서 노동자들은 릴레이 발언과 문화제 공연도 하며 판정을 기다렸다. 연대하는 이들의 공연이 이어졌지만 계속 마음 한 구석에 불안이 꾸물거렸다. 오후 8시쯤 부당해고를 인정한다는 문자가 왔다. “진짜 너무 많이 울고. 너무 좋아했죠. 우리가 인정받았구나. 희망이 있구나.”

2020년 6월18일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근·김정남·김계월씨. 김창길 기자

800일간의 투쟁과 복직은 ‘나만의 일’이 아니라고 김 지부장은 말한다. 함께 싸웠지만 아직 복직되지 않은 이들이 있고, 코로나19를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어서다.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부당해고에 맞서 싸워 온 결실이자, 감염병은 결코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맞서서 싸워온 결과가 또 다른 어떤 해고사업장에게 어쩌면 희망의 빛이 될 수 있겠구나.”

김 지부장과 노조는 투쟁 ‘2라운드’를 준비한다. 회사가 복직만 명령했을 뿐 해고가 부당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본다. 회사의 항소로 행정법원 소송도 아직 진행 중이다. 이들은 부당해고를 온전히 인정받고, 투쟁 중 정년이 지난 이들의 명예도 회복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침해된 노동자들의 권리가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덮쳤을 때 세상은 가장 약한 곳부터 털어냈다. 그때 털어낸 이들을 다시 끌어안지 않는 자들에게 ‘KO’를 받아내고 말겠다며 노동자들이 다시 2라운드 링에 오른다.

지난해 5월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인권침해-부당해고 방치하는 서울고용노동청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기자회견장 옆에 코로나19로 인해 해고나 무급휴직을 당한 노동자들의 이름이 마스크에 적혀 있다. 권도현 기자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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