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 "관치도 좋다, 정치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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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취약 차주들을 위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선 관치를 넘어선 '정치금융'이 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들어온 돈 보다 이자를 더 줘야 하는 청년희망적금, 더 많은 돈이 투입되는 청년도약계좌 외에도 은행들은 이미 서민금융인 새희망홀씨 대출에 매년 3조원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말대로 새출발기금에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까지 넘기면 은행은 수조원대 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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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관치에 혼란스러운 은행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부분 시중은행은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 종료에 대비해 차주에 맞는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갑작스럽게 100조원이 넘는 취약 차주 금융지원 규모를 떠안으라는 메시지로 인해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서 빠진 대출자들의 경우 은행이 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구두 지시했다. 자율적 지시인데도 은행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점검단을 가동한다고 해 혼란이 일었다.
압박은 더욱 노골적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신한은행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 이자 가운데 5%를 넘는 부분을 은행이 1년 동안 지원한다는 내용의 취약 차주 금리 인하 방안을 내놓자 당국은 다른 은행도 이런 자율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급기야 원금 탕감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는 시중은행도 나왔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로서는 위험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적으로 차주에 따라 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있겠지만 은행도 엄연한 주식회사"라며 "부실대출을 이자 유예해주고 정상 대출로 만든 뒤 탕감하면 그 자체가 배임"이라고 말했다.
■"관치라도 좋다, 정치만 말라" 토로도
새정부 들어 예대금리차, 금리인하요구권 검사 등 금융당국발 사정 정국이 겹치면서 '관치라도 좋으니 정치만 하지 말라'는 자조섞인 토로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들어온 돈 보다 이자를 더 줘야 하는 청년희망적금, 더 많은 돈이 투입되는 청년도약계좌 외에도 은행들은 이미 서민금융인 새희망홀씨 대출에 매년 3조원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말대로 새출발기금에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까지 넘기면 은행은 수조원대 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업 관치 논란은 우리 금융업 조성과 동시에 시작됐다. 우리나라 금융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담보하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면허(라이선스)로 은행업을 관리한다. 규제는 장애물이지만 경쟁을 제한하는 보호막 역할도 한다. 동시에 시중은행은 민간이 소유한 사기업이자 주식회사다. 주주가 존재하며 자금중개와 지급결제의 대가로 받은 이자와 수수료로 돈을 벌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
은행권 여신 담당자는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데 당국에선 '주기만 하는' 형태의 상품을 만들라는 압박 일변도"라면서 "시장 원리까진 바라지 않는다. 관치를 할 거면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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