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19명? 1310명?..'역대 사형집행 건수' 모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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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가 세 번째 위헌 심판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정확한 사형집행 통계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정부의 몇 차례 통계 발표가 있었지만, 발표 시기에 따라 사형집행 건수가 390명 넘게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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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통계 919명~1310명 등 엇갈려
생명권 침해 형벌인데 현황 관리도 안돼
"이러고도 사형제 유지 말할 수 있나"
사형제가 세 번째 위헌 심판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정확한 사형집행 통계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정부의 몇 차례 통계 발표가 있었지만, 발표 시기에 따라 사형집행 건수가 390명 넘게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형제 유지·폐지를 논하기에 앞서 사형집행 인원수 같은 기초 자료 조사부터 제대로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그동안 국민 몇 명에게 사형을 집행했는지 집계해 발표한 것은 2009년이 가장 최근이다. 당시 법무부가 당시 박민식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부터 1997년까지 총 919명(군 관련 사건 120명 포함)이 사형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죄목별로는 살인·강도살인·존속살해 등 강력사범이 562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국가보안법·긴급조치법 위반 등 사상·정치사범이 254명으로 뒤를 이었다. 간첩죄로 사형에 처해진 이는 43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1997년 12월30일 마지막으로 23명을 사형집행한 뒤 발간한 1999년 법무연감 통계와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법무연감은 1950년~1997년까지 사형 집행인원이 131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9년 법무부 발표 통계보다 집계 기간을 1948년→1950년으로 2년 좁혔음에도, 2009년 통계보다 391명이나 많은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2009년 법무부가 국회에 보고한 통계에선 사형집행 391명이 ‘증발’한 셈이다. 법무부는 2000년 법무연감부터는 최근 10년간 사형집행 통계만을 밝히고 있어, 두 숫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공식 통계가 미비하다보니 사형제 관련 연구에서도 숫자가 제각각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상기 전 장관이 2006년 법무부 용역을 받아 발간한 ‘사형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는 “1948년 정부수립 이래 900명이 사형집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이 검사 시절인 2007년 작성한 논문에는 제1공화국 1103명부터 문민정부 57명까지 정부수립 이후 도합 1634명에게 사형집행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형사사법의 실무를 맡았던 이들이 내놓은 논문에서조차 정확한 통계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형집행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함을 지적한다. 국가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을 몇 명에게 어떤 죄목으로 집행했는지 추산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1959년 조봉암 선생이 숨을 거둔 ‘진보당 사건’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같이 사형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고려하면, 부정확한 통계는 그만큼 ‘억울한 죽음’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내포한다. 사형제 연구를 오랜 시간 해온 이덕인 부산과기대 교수(경찰경호과)는 “법무부 공식 자료에서 통계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가 형벌을 집행하는 기관이 근소한 오류도 아니고 이 정도 오차를 보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국가의 이름으로 사형집행을 하고도 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법무부에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일주일 남짓 “소관부서에서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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