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로 서식지 잃은 천연기념물 산양..새 서식지 찾아헤매다 로드킬 위기

김기범 기자 2022. 7. 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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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산양 두 마리가 경북 울진의 36번 국도 주변 유도울타리를 넘어 도로로 이동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지난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덮친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은 이재민들만이 아니었다. 숱한 야생동물들이 산불 때 목숨을 잃거나 서식지를 떠나야했다. 특히 울진군 두천리, 소광리 일대에 집단 서식했던 천연기념물 산양은 로드킬의 위험을 무릅쓴 채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를 건너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헤매고 있다.

녹색연합은 울진·삼척 대형산불 이후 이달까지 4개월 동안 8차례에 걸쳐 무인카메라로 산불 피해지역과 인근 지역을 조사한 결과 산양들이 기존의 서식지를 떠나 서쪽과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경북 울진 36번 국도 주변에서 로드킬 당해 사체로 발견된 고라니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기존의 집단 서식지였던 소광리 일대에서는 산양이 산불 이후인 3~5월 사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산불로 먹이 식물이 불에 타고, 계속된 가뭄으로 물까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은 특히 산불 이전에는 산양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임도와 국도변 곳곳에서 산양의 분변자리가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산양의 이동경로로 보이는 덕풍계곡과 삿갓봉, 36번 국도 인근에서는 서식 흔적이 높은 밀도로 발견됐다.

소리에 민감한 산양은 도로에서 1km 이상 떨어져 서식해 왔지만 산불 이후에는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 근처까지 내려오는 개체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은 도로변에서 산양의 모습은 차량 통행량이 적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에 주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산양들은 도로 인근에서 먹이를 먹거나 분변활동을 하며 서성이다가 오랜 시간 도로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몇몇 산양들은 울타리가 끊긴 지점을 통해 도로 가까이 접근하기도 했다.

경북 울진의 36번 국도로 인해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양들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서식지를 떠난 산양 가운데 울진 안일왕산과 악구산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산양들은 36번 국도에 가로막혀 고립된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울진군의 산양 서식지는 현재 신규 36번국도와 기존 36번국도 등으로 인해 이중으로 단절되어 있는데 이 단절된 구간에 산양들이 고립되면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2018년에는 기존 36번 국도에서 산양 로드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은 2019년 기준 전국에 약 1300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울진·삼척 지역은 산양의 국내 최남단 집단 서식지로 120개체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녹색연합은 산불로 인해 산양 서식지는 더욱 줄어들고, 파편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식지를 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을 위해 어떤 보호조치가 필요한지, 서식지 복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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