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빈손 귀국' 바이든, '주먹인사' 질문에 "중요한것 물어라" 발끈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2. 7. 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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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2대 도시 지다에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지다=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동순방을 두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백악관은 중국의 영향력 차단 등 순방성과를 부각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책임 제기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면서 여당인 미 민주당 내에서도 공개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중동순방을 마치고 백악관을 도착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는 사우디 외무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인사’를 한 것이 논란이 된데 대한 질문에는 “왜 더 중요한 것을 묻지 않느냐”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가장 먼저 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제기했으며 당시와 지금 (암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는 2018년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미 정보 당국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1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특정 문구(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듣지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인권에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카슈끄지 암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

주베이르 장관은 17일 미 PBS 방송 인터뷰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제가 자신의 개인적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질문에 “그런 의견 교환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이슈에 대해 언급했고 왕세자는 사우디는 범죄자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등 문명화된 국가들이 해야 할 모든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고문 사건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이 아부그라이브 사건 이후 했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누구도 이를 두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암살 책임제기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백악관은 17일 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문 수정본을 배포하기도 했다. 당초 “나는 그가 아마도 암살에 개인적인 책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기록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나는 그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고 바꿔 다시 배포한 것.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우디가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에 대해 “원유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밝힌데 대해 아모스 호치스타인 국무부 에너지 안보 특사는 17일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석유생산국기구(OPEC)가 수 주 내 석유 증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순방을 두고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카슈끄지 암살을 비판하며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을 뒤집고 중동을 방문하고도 원유증산이나 중국 견제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미국의 체면만 깎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의원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MSNBC에 “우리의 신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며 “(중동순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을 보는 시각을 바꿔놓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인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산유국 독재자들이 미국 중동 외교정책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 번의 주먹인사가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노동부 장관으로 거론됐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이 같은 독재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실익이 없고, 부끄러운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빈손으로 귀국한 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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