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적격대출 찬바람.. 50년 만기 흥행은 '거래량·전세 시장'이 변수
은행권의 가계 대출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정책 모지기 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공급 실적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탓이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은행이 공급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보다 금리가 낮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수요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적격대출은 올해 1월까지도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 개시 1~2일 만에 한도가 소진되는 현상을 보였는데, 최근 수요자의 발길이 줄어든 것이다.
1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보금자리론 공급 실적(판매금액)은 889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조491억원)보다 56.58%나 줄었다. 보금자리론 월별 공급 추이를 보면, 2020년 12월 3조3064억원 규모로 공급됐고, 작년 1~5월까지 매달 2조원대가 공급됐다. 그 이후 올해 3월까지 공급실적은 1조원대를 유지했으나, 4월 9602억원, 5월 8896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보금자리론은 집값 6억원 이하, 연소득 7000만원(신혼부부 기준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다.
적격대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적격대출은 전월보다 38.5% 감소한 1455억원어치가 공급됐다. 전년 같은 기간(2276억여원)과 비교하면 36.07% 줄었다.
적격대출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고정금리형 정책금융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 대출 상품을 모아 유동화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은행들이 공급한다. 보금자리론보다 금리는 높지만, 소득 제한 등 대출 신청 문턱이 낮아 맞벌이 부부와 고소득자 등도 이를 찾으면서 조기에 한도가 동이 나기 일쑤였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 거래가 급감하면서 정책금융상품 수요도 꺾인 것인데, 당분간 이런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금리는 예년에 비하면 크게 올랐다. 작년 9월까지 공급된 보금자리론 평균 대출금리는 2%대였으나, 그해 10월부터 3%대를 돌파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 금리 상승 폭이 커지면서 지난 4월 3.65%에 이어 지난 5월 4.1%까지 올랐다. 주금공에 따르면 7월 보금자리론 금리는 4.5~4.85%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4월까지 공급된 적격대출의 평균 대출금리는 2% 후반대였다. 작년 4월 2.98%이던 평균 대출금리는 5월 3.01%로 3%대를 넘어선 이후 적격대출 금리는 꾸준히 올라 지난 5월 4.44%에 이르렀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거듭 올린 데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인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오는 8월부터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이 출시됨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내 집 마련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거래 위축의 영향이 커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주금공에 따르면 5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을 연 4.85%,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3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은 133만원이다. 40년 만기(연 4.83%·원리금균등상환방식) 상품을 이용할 때 월 상환액 141만원보다 원리금 상환부담이 연간 96만원 줄어든다.
최장 만기가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난 데는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청년층 등 무주택 실수요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가 깔려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지면서 체감하는 혜택이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데다, 부동산 시장 거래 침체가 빨라지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 대출 수요 반등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세 시장 불안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뛰면서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올라 수요 대비 전세 물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수요자들이 50년 만기 모기지를 이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리 인상 부담과 함께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수요가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 2.25%인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기준금리가 각각 3%와 2.5%였을 당시 주담대 금리는 6.81%까지 치솟은 바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차주로선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하는 것인데,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고 거래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사람은 잘 없다”면서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 등의 공급 실적도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전까지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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