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의 테스트 이미지에 나사가 놀란 까닭[코스모스토리]

CBS노컷뉴스 최원철 기자 2022. 7. 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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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난 12일 첫 공식 이미지 공개로 전세계에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 하지만 첫 과학미션을 수행하기 전에 이미 제임스 웹은 성능 실험을 위해 여러가지 천체를 대상으로 테스트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혹시 모를 문제점이 있는지, 앞으로 진행할 과학 미션 수행에 지장을 줄 문제점이 발생할지 등 수리가 불가능한 위치에 있는 제임스 웹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사는 제임스 웹에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장착된 기기들의 미션 수행에 필요한 최저 가이드 라인을 정했고 이에 대한 기준치를 만족시키는지 다양한 성능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나사는 제임스 웹이 기존 미션 수행 목표치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보인다고 밝힌 바 있죠.

그러면 이 실험때 얻은 결과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공식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버려질까요? 아닙니다. 사전 테스트라고해서 귀중한 데이터가 삭제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장기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장비의 성능실험 결과물이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겠죠.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무엇을 지금 또는 나중에 발견할지 모르기 때문이고 그것은 상당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웹의 사전 테스트로 얻어진 커미셔닝 데이터(Commisioning Data)는 버려지지 않고 우주 망원경 과학 연구소(STScI)의 미쿨스키 우주 망원경 보관소에 저장되고 대중에 공개 및 배포되고 있습니다.

적외선으로 바라본 목성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으로 목성을 촬영한 이미지. 왼쪽에 빛나는 천체는 목성의 달 유로파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난 15일 공개된 목성 관측 데이터는 커미셔닝 데이터의 산물입니다. 지난 풀컬러 이미지 공개당시 제임스 웹은 초 장거리 천체들을 주로 관측했습니다. 이와 달리 태양계 내 행성은 너무 가깝죠. 당연하게 아주 자세하게 촬영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주 멀리 있는 것을 관측하는 것과 가까이에 있는 것을 관측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적외선의 양 때문인데요. 먼거리의 빛을 관측하는 것은 깜깜한 곳에서 아주 미약한 적외선 신호를 포착해내야하죠.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포착하고 분석하려면 매우 민감한 센서와 그것을 분석하는 기기의 능력이 요구됩니다. 반면 가까이에 있는 태양계 행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태양에서 뿜어내는 빛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게다가 거리도 가까워서 망원경 내 센서가 적외선으로 얼마나 분석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습니다.

제임스 웹은 초기우주만을 포착하기 위해 투입된 기기는 아니죠. 우주에 있는 다양한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투입됐습니다. 어떤 위치에서 얼마만큼 밝은 천체를 바라볼지 알 수 없죠. 적외선으로 태양계 행성처럼 가까운 천체를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사는 "제임스 웹의 과학 탐사가 12일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 망원경의 기구들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운전 기간을 거쳤고 이때 다양한 천체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관측했다"며 "이 데이터(목성 관측 데이터)는 웹이 태양계 내 표적을 추적해 상세한 이미지와 스펙트럼(분광 데이터)을 생성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으로 촬영한 이미지. 목성의 달 유로파와 데브, 메티스가 담겼고 목성의 고리도 포착됐다. 왼쪽은 2.12마이크로 단파장 필터로 촬영한 이미지, 오른쪽은 3.23 마이크로 장파장 필터로 촬영한 이미지.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목성의 이미지는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의 단/장파장 필터를 거쳐 촬영한 복수의 이미지가 공개됐습니다. 우선 단파장(2.12㎛) 필터로 관측된 이미지에서는 목성의 여러층으로 나눠진 구름층과 지구만한 크기의 대적반의 모습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웹의 이미지 프로세싱 때문에 대적반 내부의 회오리 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하얗게 출력됐습니다. 목성 주변에는 공전하는 위성 유로파와 소행성들의 모습도 보이며 대적반 옆에 있는 조그만 점, 유로파의 그림자도 포착됐습니다.

또한 장노출 사진에서는 목성의 주변에 희미하지만 고리도 확인되고 왼쪽에 위성 테베, 오른쪽에 위성 메티스도 보입니다. 이들 물체는 장파장(3.23㎛) 필터로 관측한 이미지에서는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제임스 웹의 3.23 마이크로 장파장 필터로 1분간 촬영한 이미지. 기존 2.12 마이크로 단파장 필터로 촬영했을때보다 빛이 많아 목성이 하얗게 촬영됐다. 하지만 목성의 고리를 비롯한 유로파와 데브, 메티스 그리고 주변 소행성도 담겼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우주 망원경 과학 연구소(STScI)의 브라이언 홀러(Bryan Holler)는 "이러한 목성의 사진들은 일전에 공개된 딥필드 이미지와 결합해 웹이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희미하고 먼 은하에서부터 집 뒷마당에서 밤하늘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커미셔닝 팀장은 "협대역 필터의 목성 이미지는 행성의 전체 원반의 멋진 이미지를 담아내도록 설계됐지만, 약 1분간의 노출로 매우 희미한 물체(메티스, 테베, 메인 고리, 안개)에 대한 풍부한 추가 정보는 매우 기쁘고 놀라웠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 웹의 목성 관측에는 단지 행성을 이미지화 시키는 것 말고도 다른 측정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바로 추적 관측 입니다. 머나먼 은하는 실제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는 멈춰있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장시간의 노출을 통해 최대한 많은 빛을 포착해낼 수 있었죠.

하지만 태양계 행성처럼 가까이 있는 물체는 망원경의 화각을 매우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피사체의 이동방향에 맞춰 망원경이 움직이면서 바라보는 추적 관측을 진행해야 합니다.

제임스 웹 커미셔닝 데이터 소행성 '6481 텐징'(Tenzing) 추적 관측 실험 이미지.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제임스 웹은 얼마나 빨리 움직이면서 움직이는 행성 또는 소행성을 추적 관측할 수 있을까요? 웹은 화성의 이동속도와 같은 초당 30밀리초각(각도의 단위로 1000분의 1초각, 초각은 1도의 360분의 1)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웹은 기대치 이상의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커미셔닝 팀은 크기가 작아 점으로 보이는 여러 소행성을 관찰했는데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6481 텐징'(Tenzing)의 모습을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웹은 초당 67밀리초각까지 소행성을 추적해냈습니다.

이 속도는 1마일(1.6km) 떨어진 곳에서 거북이가 기어다니는 모습을 담는 것과 같은 기준치의 두 배 이상입니다. 웹은 향후 태양계 내에서 움직이는 다양한 천체도 관측할 예정으로 관측시 가이드할 의미있는 관측 정보를 확보한 셈입니다.

왜 목성 이미지는 풀컬러로 촬영되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는 이번 목성 사진에서 조금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며칠전에 공개된 다양한 은하와 성운의 이미지는 풀컬러로 결과물이 나왔는데 이번 이미지는 색상이 단조로울까요. 테스트 이미지라서 색조합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이번 목성의 이미지가 원래의 근적외선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미지였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며칠전 이미지는 풀컬러로 공개됐을까요? 그 이유는 색상 복원작업 때문입니다.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의 적외선 필터 파장 범위를 나타낸 자료.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제임스 웹이 담아내는 아주 머나먼 우주의 빛은 처음 부터 적외선으로 날라온 것이 아닌 가시광선과 같은 짧은 파장의 빛으로 발산됐고 아주 오랜 기간 머나먼 우주공간을 날아오면서 적색편이 현상과 함께 적외선으로 파장이 늘어진 것입니다.

적외선은 파장 범위가 가시광선보다 넓죠. 그래서 발생 당시 가시광선 빛의 파장(보라색~빨간색)에 따라서 적외선도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보라색~파란색 등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의 경우 적색편이 현상이 생기더라도 붉은색 가시광선보다 덜 늘어진 적외선으로 수신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기반으로 빛을 거꾸로 복원하면 은하가 처음 발산한 빛의 색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천체의 원색이 어떤 것인지는 알았습니다. 그러면 색은 어떻게 입힌 걸까요. 포토샵으로 원색만큼 적당히 색칠했을까요? 나사 연구원은 화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 즉 RGB 컬러는 망원경에서 주로 사용하는 필터의 색깔입니다. 필터별로 단색 이미지를 촬영하고 모아 합성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컬러 이미지가 나오게 되지요.

제임스 웹에 장착된 휠 필터의 작동모습.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제임스 웹에도 여러종류의 필터가 내장돼 있습니다. 적외선에도 다양한 파장이 있고 그 차이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는 RGB필터 보다 더 세밀하게 나눠진 다양한 필터를 사용합니다. 600나노미터~5마이크로미터 사이의 다양한 파장을 가지고 적외선 파장을 구분하죠. 이 파장의 범위에 따라서 빨간색부터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가시광선의 색을 입혀주고 그 이미지들을 하나로 모으면 컬러 이미지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목성은 왜 이렇게 색상작업을 하지 않고 보여줬을까요?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주탐사선을 띄워 목성을 바로 옆에서 아주 자세하게 관측을 했습니다. 실제 목성의 색깔, 구름의 모양, 대적반의 움직임도 모두 알고 있죠.

그렇다면 이번 목성의 관측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적외선을 통한 태양계 행성 촬영과 위성과 소행성에 대한 관측 여부입니다.

목성의 달 유로파(왼쪽), 탐사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나사에서는 태양계 위성과 소행성 탐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목성의 유로파와 토성의 엔셀라두스처럼 높은 확률로 물이 존재하고 바다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위성에 대한 탐사의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는 탐사 하기 위한 프로젝트 '유로파 클리퍼' 우주선도 준비되고 있죠. 유로파는 과거 허블 우주 망원경이 지표면의 얼음을 뚫고 분출되는 물기둥을 포착한 바 있어 우선순위로 탐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제임스 웹은 공식 촬영전 모든 사전 준비를 마치고 현재는 공식 과학 관측임무에 투입됐습니다. 매주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우주를 더 깊고 더 자세히 바라보며 '진짜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계문명을 발견할지 모르고 외계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신비롭고 베일에 쌓인 우주가 그 모습을 드러낼 때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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