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빈손 귀국' 바이든, 혹 떼려다 혹 붙인 '카슈끄지 사건'

정의길 2022. 7.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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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논란이 예상됐던 된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문에, 바이든 중동 순방의 빛이 더욱 바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방문한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6일(현지 시각) 밤 사우디의 비판적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다시 껄끄러운 질문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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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외무장관 "책임 묻는 표현 듣지 못해"
바이든, 귀국 직후 "아니다" 곤혹스런 반박
석유 증산 약속 못받고 카슈끄지 사건만 희석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밤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논란이 예상됐던 된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문에, 바이든 중동 순방의 빛이 더욱 바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방문한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6일(현지 시각) 밤 사우디의 비판적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다시 껄끄러운 질문에 시달렸다. 그는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것을 부인한 사우디 쪽 주장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날 압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폭스 뉴스>와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는 “특정한 문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회담에 참석했던 한 사우디 관리는 또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을 공식 회담 전에 “비공식적 방식으로” 제기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대로 공식회담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제다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카슈끄지 문제는 회담 모두에 제기했으며 그때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밝혔다"면서 "내 관점에 대해 분명히 말했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빌산만 왕세자가 “나는 개인적으로 책임이 없고,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해 조처를 취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전언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박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바이든은 기자들이 사우디 쪽의 반박에 대해서는 “아니다”고만 말한 뒤, “왜 당신들은 중요한 것은 묻지 않냐. 나는 중요한 문제에 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인권을 유린했다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미국 정보당국은 카슈끄지 암살을 빈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며 빈살만 왕세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사우디가 미국을 잘 따르지 않는 행보를 하자,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사우디 방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사우디 제다에 도착한 뒤 빈살만 왕세자와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를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카슈끄지가 칼럼니스트로 일한 <워싱턴포스트>의 최고경영자 프레드 라이언은 “치욕스럽다”고 비난하는 등 미 국내에서 비판적인 반응이 일었다. 특히, 바이든이 이번 방문의 최대 목적인 사우디의 석유 증산을 약속받지도 못해, 빈살만 체제의 정통성만을 인정해준 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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