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니차 비극 상징'..천사가 된 4세 소녀 리사의 슬픈 장례식
기사내용 요약
슬픔 속 가족들과 장례식 엄수…어머니, 병원서 TV중계로 지켜봐
흰 드레스에 흰 화관, 천사 모습 연상…할머니 오열, 아버지 눈질끈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에 가해진 러시아 미사일 공습에 세상을 떠난 4세 여아 리사 드미트리예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빈니차에서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엄수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장례식은 리사의 아버지 아르템 드미트리예프, 할머니 라리사 드미트리예바 등 가족과 일부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엄수됐다.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 이리나 드미트리예바는 방송 중계로 장례식을 지켜봤다.
다운 증후군을 앓아왔던 리사는 지난 14일 어머니와 함께 언어치료센터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습을 받아 변을 당했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머니 이리나는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러시아 군의 공습 1시간 전 어머니 이리나는 유모차를 끌며 밝은 모습으로 광장을 거닐던 딸의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에 담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군의 민간인 공격 잔인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생전 모습이 담긴 휴대전화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당 영상 속에는 아장아장 걸음으로 유모차를 끌던 리사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어머니와 짧은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애도와 추모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이날 리사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장례식은 빈니차 지역 방송사의 텔레비전으로 중계 됐다.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한 리사 어머니도 TV 화면 너머로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 이리나는 취재진들에게 "세상은 우리 아이들과 군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살해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하늘을 닫아 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리사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흰색 꽃관을 머리에 쓴 채 편안한 모습으로 관속에 누웠 있었다. 마치 하늘로 떠나는 천사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평소 좋아하는 곰인형과 토끼 인형이 리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도록 관을 가득채웠다.
4명의 남성들이 리사의 관을 메고 이동하는 동안 아버지 아르템 드미트리예프는 주위의 부축을 받은 채 비틀거리며 뒤를 따랐다. 두 남성이 관속의 리사 어깨를 바로 잡는 모습을 보던 아버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리사의 할머니 라리사는 손녀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면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관속에 편히 잠든 손녀를 붙잡고 "이것 봐 내 꽃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좀 보렴"이라고 말해,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NYT는 가족들이 리사에게 '해바라기(Sunny Flower)'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해바라기의 죽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장례식은 비탈리 홀로스케비치 신부 설교로 시작됐다. 홀로스케비치 신부는 한 손에는 십자가를 들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리사의 모습을 바라보던 신부는 이내 연설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리사를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한 번 더 보려는 듯, 끌어안으며 오열했다. 슬픔에 차마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흐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현악 밴드가 음악을 연주했고, 리사의 할머니는 손녀 이름을 외치면서 "너를 위한 음악이 들리니?"라고 물었다. 인부들은 하얀 토끼, 회색 곰으로 가득한 리사의 관을 땅 속에 묻었다.
지난 14일 러시아 군이 흑해 잠수함에서 발사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빈니차 도심 9층 복합쇼핑몰과 문화센터를 타격, 리사 등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 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노골적인 테러 행위"라며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테러 국가로 지정돼야 한다는 것을 재입증했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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