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금리 잡아라" 새벽 5시부터 '적금런', 은행 앞 줄선다
15일 오전 7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새마을금고 본점 앞. 은행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9시였지만 이미 60여명의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 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연 6%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에 가입하기 위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바로 산다는 뜻)’을 하러 온 사람들이다. 새벽부터 찌는듯한 무더위에 찜질방용 깔개, 얼음물, 캠핑용 의자 등 줄서기 물품도 등장했다. 이날 1등으로 줄을 선 채모(62)씨는 “오늘이 판매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오전 5시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4~6월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적금’ 시대”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이나 세계 각국의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가 크게 오르자 고금리 적금을 찾는 게 낫다는 것이다. 투자로 큰 이득을 노리는 대신 한푼 두푼 절약을 하거나 대출 갚는데 집중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3년차 강모(26)씨는 이달 초 받은 월급 중 200만원을 일명 ‘파킹 통장’이라 불리는 통장에 넣어뒀다. 돈을 수시로 넣다 뺄 수 있는 통장인데, 금리가 연 2% 안팎으로 일반 수시입출금식 통장보다 이자를 많이 줘서 인기인 상품이다. 그는 또 요즘 금융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서 연 5% 이상 이자를 주는 예·적금 상품을 찾는다. 지난 2020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그는 원래 월급의 절반 이상을 주식 등에 투자했는데, 최근 코스피가 2300선이 붕괴되며 수익률이 -3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작년에는 주식이 사는 족족 올라서 행복했는데, 이제는 주식창을 보기가 무섭다”면서 “이제는 적금만 가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창구에는 요즘 장년층의 발길도 늘었다. 고금리 예·적금이 나온다는 걸 듣고 가입하러 온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금융상품을 비교하는데 익숙지 않다보니 직접 시중 은행 창구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충남 아산시에 사는 이모(61)씨는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적금 이율도 이제는 4%가 넘으니 들만한 적금이 많다”면서 “주거래은행이 아니더라도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투자보다 대출 줄이기에 집중하려는 직장인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조모(36)씨는 매달 적립식 펀드에 넣던 100만원을 지난달부터 마이너스 통장(이른바 ‘마통’) 대출 7000만원을 갚는데 쓰고 있다. 이달 초 은행에서 마통 대출 금리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줬는데 연 4.8%였다. 작년 7월에만 해도 대출금리가 연 2.4%였는데 1년 새 2배가 된 것이다. 조씨는 “이제 곧 대출 금리가 5% 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손실만 나는 투자 대신 아예 마통 없는 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7)씨는 요즘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짜다’+재테크)’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있던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지우고 소비부터 줄이기로 했다. 주말에는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수입도 번다. 그는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안 쓰고 절약하는 게 결국 승리자가 되는 길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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