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칸의 후예] ① 몽골을 깨운 '나담' 의 깃발
삶과 문화·관광의 자연스러운 연결로 경제적 효과도 '쏠쏠'
[몽골은 오래 전부터 광활한 초원과 천혜의 자연환경 등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여행지였습니다. 특히 제주와는 예로부터 현재까지 많은 인연을 갖고 있는 곳인데요. 이런 몽골 역시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제2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시 뛰는 몽골관광이 제주에 시사하는 점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 몽골의 대축제 ‘나담’, 3년만에 완전 부활
제주에서 2,000여km가 떨어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
그 울란바토르시에 위치한 중앙경기장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몽골의 전통음식을 파는 천막들이 세워져있고, 제복과 전통의복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늘에선 뜨거운 햇빛까지 내리쬐지만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곳은 바로 몽골의 대축제 ‘나담’의 현장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행사가 전면 취소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던 ‘나담축제’가 3년만에 기존에 열렸던 대규모 대면 방식으로 완전히 부활했습니다.
멈췄던 ‘나담축제’가 재개되면서 몽골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있습니다.
나담축제는 매년 7월 11일(몽골 독립기념일)을 시작으로 3~5일동안 몽골 전 지역에 걸쳐 열리는 전국적인 행사로 8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합니다.
지난 1922년 공식적인 국가 행사로 자리잡은 ‘나담축제’는 올해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됐는데, 주말 사이에 껴 9일의 국경일 연휴가 이어지게 됐습니다.
몽골에서 만난 현지인 비얌바씨는 “‘나담축제’는 한국의 ‘추석’과도 같은 큰 행사”라며 “이 날에는 연휴를 맞아 축제를 즐기러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나담축제’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열리지 못했고, 올해 2022년 방역규제가 완화되며 최대 규모의 축제로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몽골에서 전통활쏘기클럽을 운영하는 투야씨는 "중단됐던 축제가 열리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다시 왔다"며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전통경기가 다시 열리고 노래도 부를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부푼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 몽골 전통의 계승.. 국민 단합에 관광까지 ‘일석3조’
고대 몽골어로 놀이, 축제를 의미하는 '나담(Naadam)'의 정식 명칭은 ‘남성 3종 경기’라는 뜻의 ‘에링 고르방 나담(Eriin Gurvan Naadam)’입니다.
그 이름답게 축제기간에는 말달리기, 활쏘기, 부흐(씨름)등 3가지 경기가 몽골 곳곳에서 열립니다.
‘나담축제’기간 가장 큰 행사가 열린다는 울란바토르시의 중앙경기장에서는 13세기 칭기즈칸 군대 모습을 재현한 몽골 기마대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경기장 안에선 몽골 전통 씨름경기 '부흐'가 한창입니다.
몽골인들의 인기종목인만큼 참가자만 1,000여명에 달했고, 예선전을 거쳐 절반가량이 본선에 진출해 경기는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한국과는 달리 몽골 씨름 선수들은 가죽이나 헝겊으로 만든 조끼와 가죽 장화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섭니다.
규칙도 다른데, '부흐'는 상대의 가슴에 매는 끈과 양쪽 손목, 팔뚝과 등 뒤 이렇게 상체만을 잡고 이뤄지며 이외 다른 부분을 잡으면 반칙으로, 선수의 무릎과 상체가 땅에 닿을 때까지 경기는 계속됩니다.
선수 한 명의 신체가 땅에 닿고, 승자는 모자를 쓰고 양팔을 벌려 춤을 춥니다.
이같은 행동은 경기를 치루기 전과 후에 치뤄지는데, 부족인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표하는 것으로 출신 부족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울란바토르의 근교 위치한 대초원에서는 최장 30km를 내달리는 말 경주까지 열리며 축제의 열기를 더합니다.
그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25km 구간 경주가 열리는 날.
6~8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 기수들이 부족의 깃발을 들고 입장하면서 경기가 시작되고,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발을 앞다툽니다.
몽골에서는 3~4세의 어린나이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하는데, 기수가 어릴 수록 말의 부담이 적어 경기에 참여하는 나이대도 15세 이하가 가장 많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1등한 말을 자신의 소매로 닦기 시작합니다.
이는 몽골의 풍습으로, '우승한 말의 땀을 닦으면 행운이 깃들고 일이 잘풀린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경기 '소르 하르와(활쏘기)'.
남녀노소 불문하고 8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는 경기로, 남자는 과녁으로부터 75m, 여자는 65m거리에서 경기를 합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최고의 사수라는 의미로 '멜겐'이라는 칭호를 받습니다.
‘나담축제’는 가축들의 성장과 풍요를 기원하고, 힘과 기술을 겨루는 경기를 통해 병사를 모집하기 위해 진행됐던 행사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몽골의 전통을 되새기고, 스포츠를 통해 전 국민을 단합시키기 위한 행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축제 그 이상, 경제 효과도 ‘쏠쏠’
지난 2년 코로나19 여파로 ‘나담’을 비롯한 여러 축제가 중단·축소되고, 관광객 입국도 제한되면서 몽골은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몽골 정부가 코로나19가 통제 범위에 들어왔다고 판단해 축제는 다시 부활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거치며 축적된 기술력까지 더해 그동안 현장 발권만 이뤄지던 ‘나담축제’에서도 처음으로 온라인 발권도 시작됐습니다.
‘나담축제’가 열리는 7월은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3년 만에 완전히 부활한 올해 ‘나담축제’는 국내·외에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축제는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집니다.
한국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고, 추석에 송편을 먹는 것처럼 ‘나담축제’ 기간 몽골인들은 ‘호쇼르(튀김만두)’를 먹는데, 이 ‘호쇼르’를 파는 식당들 앞에는 관광객들의 줄을 서기도 합니다.
또 축제장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 등까지 사람이 몰리면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최고의 대목입니다.
몽골인들에게 있어 ‘나담축제’는 단순 축제로 그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상당수 몽골인들은 ‘나담축제’ 기간 가게 문을 닫고 축제장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관광을 하는데 있어 큰 불편은 없습니다.
몽골 현지 A여행사의 아룬바토르 이사는 “축제기간에는 몽골의 호텔업계가 성수기를 맞고, 덩달아 식당들도 장사가 잘되는 시기라 몽골인들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조유림 (yurim97@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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