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과 임금 우선 "..윤 정부 노동개혁 첫 발 뗐다
4개월간 개혁 과제 마련 후..정부에 권고
장시간 근로 우려에 산재 전문가도 위촉
순수 연구만..첫 회의서 대우조선 언급없어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 체계를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에 첫 발을 뗐다. 윤 정부는 전문가 기구를 통해 정책 과제를 찾고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얻는 방식으로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노동 현안이나 정치적 고려없이 순수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정부의 과제는 노동 개혁이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노동계의 우려를 낮추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서울 한 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달 고용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담겼던 노동개혁 ‘구심점’과 같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첫 회의에서 “노동시장은 양극화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변하는 시대 흐름까지 맞았다”며 “지금의 제도, 관행, 의식으로는 한국의 사회·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앞으로 4개월간 노동개혁 과제에 대한 연구하고 결과물인 정책 과제를 고용부에 권고한다. 우선 과제는 고용부가 예고했던 주 52시간 근무제와 임금체계 개선이다. 고용부는 연구회에서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단위를 주에서 월로 바꾸는 방안이 가능한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공 서열이 문제인 호봉제에서 직무·성과급제를 확산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회의 과제 후보다.
관심을 모은 연구위원은 12명으로 확정됐다. 경영학, 법학, 경제학, 사회복지학, 의학 등 노동 관련 분야의 교수진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그동안 기존 노동 제도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온 인사들이란 평가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인연으로 ‘노동과외교사’라고 불리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금·직무급제 연구의 권위자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근로자 지위 문제, 파견 제도 등 다양한 법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구 변동에 따른 노동제도 변화를 주장해 온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회 운영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주도적으로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연구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연구회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 개혁의 들러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노동 개혁이 경영계에만 유리하다는 불신이 깔려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4개월이란 짧은 운영기간을 보면 정부가 답을 정하고 연구회를 출범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 52시간제 연장근로시간 단위 변경은 장시간 노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연구회에 노동계 인사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원 중 장시간 근로 방지 대책을 산업재해와 연관해 제시할 수 있는 위원은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유일하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활동 중인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회가 노사 문제를 대기업과 근로자만의 문제로 보지 않길 바란다”며 “중소기업 이슈에 대해서 연구회가 적극적으로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부는 연구회가 정부가 원하는 과제에 그치지 않고 모든 노동분야 과제를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구회는 노동 현안이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연구회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첫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을 언급한 위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였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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