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치료제' 적극 처방하라는 정부..현장선 "처방 어려워"
방역 당국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재유행'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먹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투여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치료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처방해 중증환자와 사망률을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먹는 치료제는 중증화와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60대 이상 확진자 34만 4,766명을 대상으로 팍스로비드의 중증 예방효과를 분석한 결과 팍스로비드 투약 군의 중증화 위험도가 63%, 사망위험도가 56% 감소했습니다.
■ 먹는 치료제 중증화 예방 뛰어나지만…처방은 '저조'
다만 지금까지 처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까지 도입된 약 106만 2,000명분 중 14일을 기준으로 약 29만 명분이 사용됐습니다. 재고는 약 77만 명분이 남았습니다.
대표적인 고위험 시설로 평가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의 처방률도 저조합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80%, 요양시설의 29%에서만 먹는 치료제 처방이 이루어졌습니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 처방을 더욱 독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요양병원·시설 등 중증이 될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조기에 먹는 치료제 처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예방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60세 이상의 환자에 대해서만 투약을 우선 고려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먹는 치료제 94만 명분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 동네 병·의원 "치료제 처방 꺼려져"
하지만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먹는 치료제 처방이 꺼려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먹는 치료제 처방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호흡기환자진료센터 등에서 가능합니다.
이중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호흡기환자진료센터’는 총 7,400여 곳입니다. 코로나 환자가 찾을 수 있는 동네 병·의원을 뜻하는 호흡기환자진료센터는 환자들이 지역 사회에서 가장 쉽게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동네 병원'에서 먹는 치료제 처방이 꺼려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장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동네 병·의원에서 팍스로비드 처방에 소극적인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병용하면 안 되는 약이 많아 처방이 까다롭고, 부작용의 위험성도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팍스로비드와 함께 쓸 수 없는 약물은 총 28개입니다. 이중 국내 허가품목 23개인데, 이 중 대부분이 고령층이 많이 앓는 고혈압, 고지혈 치료제 성분입니다. 주 처방 대상자층인 60세 이상에게 처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단골 환자'만 진료할 수 없는 코로나 상황도 먹는 치료제 처방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에 걸려 처음 찾아오는 환자들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또 어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서울 노원구에서 호흡기환자진료센터를 운영하는 홍성환 원장은 "환자분들이 자기가 먹고 있는 약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혈압약을 먹고 있다'고 말을 해도 그 약이 정확히 뭔지 모르기 때문에 처방한 의사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처방 후 절차도 복잡합니다. 먹는 치료제를 처방한 의사는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정보시스템에 처방 대상 정보도 세세히 입력해야 합니다. 신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이렇게 복잡한 행정 절차는 동네 병·의원에서 먹는 치료제 처방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남은 팍스로비드 70만 명분 유효기간 2월에 끝나
더 큰 문제는 먹는 치료제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내에 도입된 먹는 치료제 대부분을 차지하는 팍스로비드의 유효기간은 12개월에 불과합니다.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 약 96만 명분 중에서 1월 14일부터 6개월간 사용된 것은 26만 5,000여 명분입니다. 약 70만 명분이 남은 건데, 이 재고에 대한 유효기간은 내년 2월에 끝납니다.
코로나 19 백신이 무더기 폐기되고 있는 것과 같은 치료제 폐기 처분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현재 팍스로비드 제조사인 화이자 측에서 유효기간을 18개월로 연장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하반 기 중 유효기간이 연장되면 국내 재고에 대한 유효기간 연장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팍스로비드 투약 교육·행정절차 간소화 필요"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팍스로비드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장 부회장은 "안 써본 약에 대한 부담이 분명히 있다"며 "먹는 치료제를 많이 처방해본 의사들이 새로 코로나19 진료를 시작한 의사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 과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질병청 역시 동네 병·의원 의사들을 상대로 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다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처방 후 정보입력항목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입력 항목을 축소해 처방 절차를 간소화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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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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