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사우디 왕세자 주먹 인사 파문 지속..사우디는 딴소리, 여당에선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조지타운 지역에 있는 홀리 트리니티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한 다음 떠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중동 순방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났을 때 사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사우디 측은 이를 부인했다. 민주당 진보 진영에서는 그가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눔으로써 주요 외교 정책 원칙으로 삼고 있는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은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중동 순방을 마치고 밤늦게 백악관에 복귀할 때 취재진으로부터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을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직접 제기한 것이 맞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 뒤 기자회견을 열어 “카슈끄지 문제는 회담 모두에 제기했으며, 그때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떠난 직후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밝힌 데 대해 “나는 그러한 특정 문구를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은 모든 미국 대통령의 의제의 일부라고 언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도착해 알주바이르 장관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눈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왜 여러분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가”라며 주먹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 뒤 한 기자회견 발언 녹취록 가운데 카슈끄지 암살에 관한 왕세자의 책임론 발언에 오류가 있었다면서 이를 수정한 녹취록을 새로 배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에 대한 무함마드 왕세자의 반응을 묻는 말에 “그는 기본적으로 그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당초 배포된 녹취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나는 그가 아마도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 부분을 “나는 그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로 수정했다.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왕세자의 책임을 더 확실하게 언급했다는 취지로 수정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 문제를 꺼낸 것은 왕세자와의 공식 회담이 아니라 회담 전 비공식 환담 자리였고, 내용도 바이든 대통령의 설명과 달랐다는 추가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을 왕세자에게 직접 제기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는 익명의 사우디 당국자 말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데 대한 진보 진영의 비판도 이어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나라의 지도자는 워싱턴포스트 언론인의 살인과 연관돼 있다”라면서 “그런 종류의 정부는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가 어떤 것을 믿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믿는다”라면서 “나는 우리가 이 같은 독재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 민주당 하원의원도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왕따라고 부르다가 주먹 인사를 하는 쪽으로 옮긴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오마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중심을 인권에 두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외교정책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른 것을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