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재명' 설훈 "李, 대표 되면 당 분열. '대장동' 구속자들 다 측근"

"중요 인적자원인 건 틀림없지만 대선까지 기다려야"
"공천 학살 없다? 말은 하지만 안 그럴 가능성 높아"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문제도 문제 있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설훈 더벌우민주당 의원(왼쪽에서 세번째)을 향해 지지자들이 “당대표는 설훈”을 연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한 5선의 설훈 의원이 경쟁후보인 이재명 의원을 경계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1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해 “친이재명, 반이재명으로 나뉘는데, 저는 당내 의원들 중에는 반명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본다”며 “그래서 이걸 그냥 두면 당이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전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위기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출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폭주 기관차’가 이 의원을 지칭하는지 묻자 설 의원은 “당연히 이 의원이 될 것”이라며 “제가 그렇게 이 의원더러 출마하면 당 분열 심화시킨다고 했는데 결과는 출마하는 걸로 결정났다”고 설명했다.

설 의원은 “당이 혼란에 빠지는 걸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이 의원이 우리 당의 중요한 인적자원인 건 틀림없지만 대선까지 기다려야 될 것 아닌가. 만일 이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분열이 더 심화될 것인데 그러면 1년 반 뒤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총선 실패하면 결국 대선도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이 의원이 좀 쉬어야 된다. 지켜보면서 자기 실력을 키우는 게 필요한 때라는 게 대부분 의원들이 갖고 있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본인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은 자기가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자기가 정리하겠다는 입장인데 그건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의원이 전날 출마 선언에서 ‘계파 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본인 주장인 것”이라며 “당 대표 출마하는 사람이 나 사천하고 계파 공천하겠다고 하겠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안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강하다. 이를테면 소위 이 의원을 지지하는 쪽에서 나오는 개딸이나 이런 사람들 주장하는 걸 보면 학살 수준이 아니고 뭐든지 하겠다, 이런 입장이다. 그게 깔려있는 부분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이 요구하더라도 당 대표가 돼서 오히려 화합의 공천을 하겠다고 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지적에는 “그러면 좋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보다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답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이 사법리스크 우려에 대해 흠결이 있었다면 이미 난리 났을 것이라고 답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변명을 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썼겠지만 맞지 않다”며 “대장동을 보더라도 지금 구속돼 있는 사람들이 다 자신이 아주 측근 중의 측근들이었다. 성남FC 후원금 문제는 누가 보더라도 심각하겠다고 하고, 변호사비 대납 문제는 이 의원 재산 상태와 변호사 비용이 들었을 거라고 보여지는 비용하고 아귀가 안 맞기 때문에 누가 대납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잡힌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동의하면서도 어대명이라는 표현은 당내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는 이 의원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사람들이 이 표현을 쓰고, 또 한 편으로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쓴다. 어차피 어대명으로 가는게 좋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됐을 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입장에서 놓을 수 있는 패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어대명’ 구도 속에서 이달 28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3명 중 이 의원을 뺀 나머지 2명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조합이 만들어지는지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단일화 하면 승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