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와인..그러나 와인병은 골치 아픈 쓰레기
씻어서 재사용..가벼운 PET소재 나와
韓, 5년간 25만t 수입..재활용 걸음마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즐기고 남은 와인 병도 급증세다. 와인 병은 알고 보면 골치 아픈 쓰레기다. 특정 지역에서 전 세계로 공급하는 와인의 특성상 배송 과정에서 탄소배출도 상당하다. 이왕 즐기는 것, 좀 더 환경 친화적인 방도는 없을까?
1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간 와인의 국내 총 수입량은 25만632t이다. 1병을 1.5kg으로 가정하면, 1억6708만병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홈술족’이 늘면서 최근엔 더 급증세다.
연도별 수입량에서 2017~2019년까진 4만여t 수준이었으나, 2020년엔 5만4126t으로 증가, 작년엔 7만6575t까지 늘었다. 불과 2년 사이 76%나 급증한 셈이다. 올해에도 1~5월 간 2만9532t을 수입, 작년 못지않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와인 병은 유리 재질이다. 유리는 석영, 석회암 등을 섞어 고온으로 만든 물질이다. 간단히 말해, 모래에 열을 가해 만든다. 다시 녹이면 또다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계속 다시 쓰더라도 품질이 유지되는 소재다.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유럽 등에서도 와인 병 재활용 문제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국내와 달리 와인 생산까지 가능한 국가에선 보증금제처럼 와인 병을 반납하면 이를 제조사가 다시 재활용하는 시도도 있다.
소비자들은 와인을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구매하고, 이후 빈 병을 반납해 보증금을 받거나 혹은 다시 구매할 때 보증금이 제외된 가격으로 산다. 와이너리는 와인 상점에서 빈 병을 수거 후 소독 과정 등을 거쳐 다시 와인 병으로 사용한다.
리필스테이션처럼 와인을 리필하는 시도도 있다. 장기간 보관하는 와인이 아닌 제철와인의 경우 빈 병을 가져오면 해당 병에 와인을 담아주는 식이다. 좋아하는 빈티지 와인 병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선 최근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유리병을 수집, 세척을 통해 재사용하는 리와인 프로젝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8만2239개의 와인 병을 재사용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 진출한 파차마마(packamama)는 와인병을 아예 유리가 아닌 재활용 패트(PET)로 제작했다. 기존 와인병과 같은 양을 담으면서도 책과 같은 형태로 병을 제작한다. 운송할 때 기존 와인 병보다 최대 91% 더 담을 수 있고, 패트 소재라 무게도 유리 대비 1/9에 불과하다.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장거리 배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와인 병이 훨씬 환경 친화적이란 게 업체의 얘기다.
‘업사이클링’은 빈 와인 병을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다. 라 크레마(lacrema)는 홈페이지에서 빈 병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방법을 소개했는데, ▷와인병 촛불 ▷와인병 홀더 ▷와인병 램프 ▷와인병 화분 등이다. 와인병을 자르거나 구멍을 낸 뒤 이를 장식용품이나 생활용품으로 디자인을 가미하는 식이다.
유리를 잘게 부순 파유리는 좋은 건축자재다. 유리 6t을 재활용하면 탄소배출량 1t을 아낄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선 이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컨테이너 재활용 연구소(Container Recycling Institute)에 따르면, 유리 1000t을 재활용하면 8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현재 국내에선 와인 병에 별다른 대책이나 시도가 없다. 제조국이 아닌 수입국이란 점이 일단 큰 걸림돌이다. 미국·유럽식의 재사용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국내 주류병과 색상도 달라 주류병으로의 재활용도 쉽지 않다. 건축 소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것도 아직 시장 자체가 미비한 수준이다.
재활용되지 못한 유리 병은 결국 폐기 처분 수순이다. 일반 쓰레기처럼 매립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방도도 마땅치 않다. 업사이클링 정도일 뿐 이 역시 근본 대책은 아니다. 와인 수입량이 급증하는 만큼 정부나 기관 차원에서 제도 정비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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