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만으로 모든 암 진단한다..미국서 역대급 규모 임상

김민수 기자 2022. 7. 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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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일 워싱턴 DC에서 캔서 문샷 프로젝트 발표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UPI/연합뉴스 제공

혈액 샘플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검증하고 이런 진단 기술이 사망률까지 줄일 수 있을지 분석하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 연구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여러 종류의 암 환자를 간편하게 선별하는 혈액 분자 진단 기술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여 고령화 시대 질병 치료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최근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말 혈액 샘플로 다양한 암을 진단하는 분자 진단 기술 검증을 위한 대규모 연구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연구와 진일보한 치료법을 신속하게 찾기 위해 제시한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도전적인 프로젝트인 ‘캔서 문샷’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6월 중순 NCI 고문들이 최소 2만4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진행하는 ‘시범(파일럿) 연구’를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파일럿 연구에만 7500만달러(약 980억원)가 투입된다. 

파일럿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45~70세 성인 최대 3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역대급 규모의 장기 임상시험이 진행될 계획이다. 장기 임상시험이 7~8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일럿 연구 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을 훌쩍 넘는 역대급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이 혈액 샘플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은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조기진단 기술의 검증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역대급 규모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 만족스럽지 못한 혈액 활용한 암 진단 기술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진단 검사는 흔히 ‘암(종양) 표지자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 암세포가 생길 때 이에 반응하는 특이적인 물질이 혈액 속에 섞일 수 있다. 분자 진단 기술을 활용해 혈액 속에 섞인 이 물질을 표지자로 확인해 암 발병 유무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암 표지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생명공학기업 ‘그래일(GRAIL)’과 대장암 관련 분자진단 기업 ‘이그잭트사이언스(EXACT Sciences)’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자사의 기술을 활용해 암 발병 초기에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래일의 경우 이미 미국 내에서 50세 이상 암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949달러(약 123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또 영국에서 14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혈액을 통한 암 진단 서비스의 정확도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암인데도 암을 진단하지 못하거나 암이 아닌데도 암으로 진단하는 ‘위양성’ 결과가 나와 불필요한 치료 절차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암 종류나 암 진행 정도 등에 따라 표지자가 다르고 검사 때마다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CI는 “기존 암 표지자 검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 중 3분의 1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또다른 3분의 1은 암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3분의 1 정도가 실제 암에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췌장암이나 난소암 등 치명적인 암에 대한 선별 검사 기술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기술 옥석 가려 역대급 규모 연구 진행

파일럿 연구를 위한 첫 단계로 NCI는 이미 암에 걸린 환자들과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활용해 암 진단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2024년까지 진단 기술 검증을 위한 임상이 진행된다. 그런 뒤 유방 엑스선 촬영과 같은 표준 암 검진과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진단 검사를 받는 그룹과 일반적인 건강검진만 받는 대조군 그룹으로 나눠 후속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4년간 진행되는 이번 파일럿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경우 NCI는 암 조기 진단이 실제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지 여부를 광범위하게 평가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를 위해 활용되는 진단 기술도 옥석을 가린다는 방침이다. 미국 내에서 혈액 샘플을 통한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약 20여개다. 이 중 2~3개 기업의 기술로 압축해 연구를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연구에 참여할 자격 조건을 갖추려면 동료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친 연구 데이터를 보유하고 일관된 진단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혈액 샘플로 암 여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도 있어야 하며 충분한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필립 캐슬(Philip Castle) NCI 암예방국장은 “이같은 조건을 적용해 2~3개 기업이 제공하는 진단 기술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파일럿 연구 이후 진행할 후속 연구는 30만명을 대상으로 약 7~8년간 진행하는 것으로, 그동안 미국에서 이뤄진 암 진단 관련 임상시험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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