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은 단백질 금지?..식물성 단백질 충분히 섭취해야"
식이섬유 섭취도 늘려야..그간 섭취에 대한 오해 생겨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만성 콩팥병 환자는 단백질 섭취를 주의해야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문제가 없으며 식이섬유 역시 많이 먹어야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망률 감소 등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18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지원 본원 가정의학과 교수·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혜선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 중 40~68세 만성 콩팥병 환자 3892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
과거에는 만성 신부전증이라 불린 '만성 콩팥병'은 3개월 이상 신장 손상이 지속되거나, 신장 기능이 감소하는 모든 경우를 아울러 의미한다. 신장 손상 정도와 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눠 각각 병기에 맞게 진료한다.
국내외 만성 콩팥병 환자 식단 가이드라인은 콩팥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칼륨과 단백질 섭취를 경고하는데, 이를 피하게 되니 칼륨 뿐 아니라 식이섬유도 함께 들어있는 채소·과일과 통곡류 등 식물성 단백질 섭취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
◇"만성 콩팥병 환자, 토마토·키위 자제하고 사과·귤 먹는 게 좋아"
연구팀은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식이섬유 섭취 정도에 따른 사망률을 조사하기 위해, 전체 환자군을 식이섬유 섭취 정도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의 섭취는 하루 0.5~3.01g, 3.02~4.15g, 4.16~5.26g, 5.27~6.76g, 6.77~27.6g이었다.
전체 환자의 평균은 5.1g으로 우리나라 식이섬유 섭취 권고량 남성 25g, 여성 20g에 한참 뒤쳐졌다. 관찰한 결과, 식이섬유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에서는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총 사망률은 37% 낮았고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44%까지 떨어졌다.
연구진은 "환자들은 칼륨 함량이 많은 토마토, 키위, 참외 섭취는 제한하고 칼륨이 적은 사과, 귤, 포도, 파인애플, 자두 등을 먹는 게 좋다"며 "말린 과일보다는 신선한 과일을 먹고, 채소의 경우 얇게 저미는 방식으로 작게 썰어 충분한 물에 담근 후 조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단백질 섭취량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눠 사망률을 관찰하니 가장 적게 섭취하거나 가장 많이 섭취하는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성별, 연령, 체질량지수, 흡연·음주 여부, 하루 총 칼로리 섭취량, 만성질환 유무 영향을 제외해도 섭취량 증가는 사망률과 무관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섭취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없는 이유를 한국인이 주로 섭취하는 단백질 종류에서 찾았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 대한 단백질 섭취 가이드라인은 돼지고기, 소고기, 우유 등 동물성 단백질을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서양인을 기준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채소, 곡류, 견과류 중심의 식물성 단백질과 생선 위주로 섭취하는 단백질이 전체 섭취 단백질의 63.07%를 차지해 기존의 가이드라인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단백질 자체에 대한 지양보다는 동물성 단백질은 줄이되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 등 식물성 단백질은 꾸준히 섭취할 것을 권고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지원 교수는 "식이섬유는 대변량을 증가시켜 요독 배설을 유도하고 만성 염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건강한 식이 섬유소 섭취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유진 교수는 "단백질 섭취를 줄이기만 하는 것보다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는 게 좋다는 것을 밝혔다"며 "단백질 섭취가 줄면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당뇨병 등이 악화될 수 있어 콩류, 통곡류, 견과류 등을 통한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IF 6.567) 최신호에 실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사용자 참여형 빅데이터 기반 건강 위험도 예측 및 관리 서비스 개발' 과제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미래대응식품개발 사업 지원을 받았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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