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공장 일했던 서민 출신..영국 차기 총리 될까[시스루 피플]

정원식 기자 2022. 7. 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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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경선서 깜짝 돌풍
페니 모돈트
페니 모돈트 영국 국제통상부 부장관이 13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시나몬 클럽’에서 보수당 대표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에 자리를 뜨고 있다. 런던 | EPA연합뉴스
경선 1·2차 투표에서 2위…수낵·트러스 양강 구도 깨고 관심 집중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1위…최종 2인에만 뽑히면 승리 가능성 높아
과거 보수당으로 회귀 주장…성소수자 권리 적극 옹호하는 면모도

영국 보수당 차기 당 대표 경선에서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49)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실시된 보수당 당 대표 경선 2차 투표에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101표를 얻어 1위, 모돈트 부장관이 83표로 2위를 차지했다. 모돈트 부장관은 지난 13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 깜짝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날도 돌풍을 이어갔다. 수낵 전 장관과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의 양강 구도로 펼쳐질 것이라던 예상이 깨지면서 영국 매체들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

보수당은 파티게이트와 성비위 측근 비호 논란에 휘말린 보리스 존슨 총리가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13일부터 경선에 돌입했다. 하원의원들의 반복 투표로 오는 21일까지 최종 후보를 두 명으로 추린 후 보수당원 16만명의 우편투표를 통해 9월5일 차기 당 대표를 발표한다.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이번 경선의 승자가 영국 총리가 된다.

모돈트 부장관은 보수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수낵 전 장관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에서 모돈트 부장관은 27%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수낵 전 장관은 13%로 3위에 그쳤다. 모돈트 부장관은 수낵 전 장관을 포함해 다른 모든 후보들과의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2인으로 뽑히기만 한다면 모돈트 부장관이 영국의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돈트 부장관은 1973년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영국 남동부 데번주의 해안 도시 토키에서 태어나 두 살 때부터는 남부 햄프셔주 항구도시 포츠머스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공수부대 출신 일반학교 교사, 어머니는 특수학교 교사였다. 모돈트 부장관의 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 순양함 ‘HMS 퍼넬러피’의 이름을 따서 딸의 이름(퍼넬러피 메리 모돈트)을 지었다. 모돈트 부장관은 열다섯 살 때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사망하고 이듬해에 아버지도 암 진단을 받자 학비 마련을 위해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 공장에서 일한 적 있다. 포츠머스 출신 유명 마술사 보조로도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레딩대)에서는 철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보수당 등에서 주로 홍보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모돈트 부장관은 2010년 포츠머스 북부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의회에 진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국방부 부장관,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 장애인 복지부 부장관, 여성평등부 부장관, 국제개발장관을 지냈다. 2019년 5월1일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이 화웨이 관련 스캔들로 낙마한 뒤 영국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주목받았으나 석 달 뒤 존슨 총리에 의해 해임됐다. 존슨 총리 측은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모돈트가 존슨의 경쟁자 제러미 헌트 의원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모돈트 부장관은 이번 경선에서 보수당이 낮은 세금, 작은 정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과거의 보수당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에서는 보수당에서 드물게 성소수자 권리 옹호에 적극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보수당 대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돈트는 이 점을 의식한 듯 경선 참여를 선언한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자궁절제술이나 유방절제술을 받더라도 나는 여전히 생물학적 여성일 것”이라면서 “남성으로 태어나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생물학적 여성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트랜스 여성은 여성이고 트랜스 남성은 남성”이라고 했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강경한 찬성론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진로를 모색한 <더 위대하게: 폭풍 이후의 영국>이라는 책을 출간해 토니 블레어 전 총리, 가수 엘턴 존, 영화감독 리처드 커티스 등의 호평을 받았다.

가디언은 모돈트 부장관이 존슨 총리 내각 구성원이 아니라는 것이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정권 2인자였던 수낵 전 장관이나 재무장관인 트러스와 달리 스캔들로 얼룩진 존슨 총리의 오점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모돈트 부장관을 지지하는 보수당 하원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서민적인 배경을 지닌 모돈트 부장관이 인도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시스 회장의 사위이자 옥스퍼드 출신 엘리트인 수낵 전 장관보다 ‘레드월’(잉글랜드 중·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본다. 레드월은 전통적으로 노동당의 아성으로 불렸지만 2019년 총선에서 존슨 총리의 보수당에 표를 몰아줬다. 군 경력도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모돈트 부장관은 2010~2019년 영국 해군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낮은 인지도와 경험 부족은 약점이다. 지난 8~10일 시장조사 컨설팅 업체 사반타 컴레스가 2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돈트 부장관의 이름을 정확하게 아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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