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영끌 청년 빚 탕감 방침에 "성실히 갚으니 차별" 비판
“빚투 책임을 청년이란 이유만으로 감면해주는 것은 불공정” 여론 확산
전문가들도 “연체 발생도 전에 선제적 지원, 금융 원리 맞지 않아” 비판
금융위는 “신불자 등 사회적 비용 최소화…도덕적 해이 없게 운영 방침”
정부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청년층 채무조정 방침에 “성실 상환 차주를 차별하는 정책이며, 정책 목적도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원 대상, 심사기준 등을 꼼꼼히 설계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청년층이 재기할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정 연령층’에 국한해 ‘자산 투자 실패’로 생긴 빚까지 정부가 나서서 떠안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는 투자 손실 등으로 애로를 겪는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9월 하순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 이하)가 대상이며, 이들은 연체하기 전이라도 이자감면과 상환유예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최대 4만8000명이 1인당 연 141만~263만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위는 주요 10개 증권사의 2030세대 신용융자 잔액이 1조9000억원(2020년 6월 말)에서 3조6000억원(2021년 6월 말)으로 불어나는 등 “많은 청년들이 저금리 환경에서 재산 형성 수단으로 저축 대신 돈을 빌려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면서 “최근 금리 상승 여파로 자산가격이 급속히 조정되면서 상당수 자산투자자가 투자 실패 등으로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대한 책임을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면해주는 게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통상 젊은 세대의 금융 채무는 학자금 대출 및 생활비,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투자 손실로 인한 빚, 주택매입으로 인한 은행 대출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투자는 여윳돈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고 올해 자산가격 급락으로 피해를 본 것은 전 세대에 해당하는 일인데도 만 34세 이하라면 빚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연체 전 채무’까지 탕감해주는 이번 프로그램이 ‘상환’을 전제로 한 금융제도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도 취약계층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존재했지만 대부분 3개월 이상 연체자를 주요 대상으로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정부의 집합 제한·금지 조치로 지난 2년간 피해를 본 만큼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같은 시기에 재산증식 목적으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까지 사회가 책임져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저소득 청년이 신용불량자나 실업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다”면서 “금융권과 함께 지원대상 및 수준, 심사기준 등을 세밀하게 설계·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정책효과를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민생안정 대책은 코로나19라는 큰 충격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재기를 돕는 것인데 빚내서 투자한 젊은 세대는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개인이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됐을 때는 빠른 회복을 돕는 게 필요하지만 한때 수익을 냈던 사람들까지 선제적으로 구제해준다는 것은 정치적 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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