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도 폭염, 늘어난 산불, 70년 만의 가뭄..지중해가 '지글지글'

박효재 기자 2022. 7. 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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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프리카 이상고온
“아이고 더워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6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스프링클러 아래 벤치에 누워 더위를 식히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최고기온 45.7도의 이례적인 폭염에 산불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 AP연합뉴스
곳곳서 산불 피해 잇따르고
이탈리아 곡창은 바짝 말라
고령층 온열질환 사망 급증
기후변화 피해 갈수록 커져

프랑스와 스페인, 모로코 등 지중해 일대 유럽·아프리카 국가들이 40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과 이에 따른 잦은 산불,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산불,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지롱드 레지옹에서는 16일(현지시간) 밤새 커진 산불로 1만㏊ 면적의 산림이 타고, 주민 1만4000명이 대피했다. 소방인력 1200명이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지난주 최고기온이 45.7도를 찍었던 스페인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스페인 남부 말라가주의 유명 휴양지 미하스에서는 이날 산불로 관광객과 현지 주민 등 3000여명이 대피했다. 북서부 카스티야이레온 자치주와 포르투갈 국경 인근 에스트레마우라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재난대응군이 투입됐다.

모로코 북부지역 라라슈, 테투안, 타자 등에서도 이날 산불로 1500㏊ 면적의 산림이 소실됐으며,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1명이 숨졌다. 가장 불길이 크게 번진 라라슈에서는 1100여가구가 대피했다.

포르투갈은 이날 47도까지 치솟았던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산불도 잦아들었다. 하지만 작년보다 더 거세진 불길에 피해는 훨씬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포르투갈 산림당국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산불로 3만9550㏊ 면적이 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많다.

70년 새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는 에밀리아로마냐주, 롬바르디아주 등 북부 포강 일대 5개 지역에 이달 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밀과 쌀 등 이탈리아 곡물의 40%가 자라는 포강 계곡에는 지난 4개월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강수량은 지난 30년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당국은 비상사태 선포 지역에 가뭄 대응 비용으로 3650만유로(약 487억원)를 배정했다.

현재 유럽의 폭염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뜨거운 고기압이 유럽 상공에 머무른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면서 산불과 가뭄의 발생 빈도와 강도, 지속 기간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남부 일부 지역 기온이 최고 4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으며, 18일에는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페리자와 남부 크레타섬 해안 도시 레팀노에서 발생한 산불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폭염으로 360여명이 열사병으로 숨졌고, 포르투갈 보건부는 지난 7~13일 폭염으로 238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은 18~19일 4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 예상됨에 따라 사상 최초로 잉글랜드 본토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영국 역사상 최고기온은 2019년 7월25일 케임브리지에서 관측된 38.7도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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