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에서 영감 얻었죠"..실타래로 엮어낸 생(生)의 기억
[앵커]
물감 대신 실을 엮어서 만든 설치 작품으로 유명한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거대한 실타래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풍경,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빽빽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실타래로 가득한 신비로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온통 흰 실로만 엮어낸 거대한 설치 작품.
그물처럼 연결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떠다니는 '기억'.
그리고 그런 관계와 기억의 바다를 항해하는 인간.
그 안에서 관람객들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설치하는 데만 꼬박 12일 걸린, 작가가 오직 이번 전시를 위해 완성한 신작입니다.
[시오타 치하루/작가 : "저 자신의 재료를 찾아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캔버스가 아닌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데 실을 사용했습니다."]
두 번의 암 투병으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뒤 처음 선택한 건 붉은 실.
'삶과 죽음'을 성찰한 이 작품들은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깁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 고른 건 '흰색'.
작가의 선택에 영감을 준 건 뜻밖에도 한국 작가 한강의 소설이었습니다.
낳자마자 아이를 잃은 소설 속 어머니의 모습이 뜻하지 않게 유산을 해야 했던 작가의 고통스런 경험과 겹쳐졌습니다.
[시오타 치하루/작가 : "책에 쓰여 있는 '죽지 마, 죽지 마, 부탁할게'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강 작가가) 이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설치 작품은 물론 회화와 조각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최민경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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