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금리 12년만에 6% 돌파.. '월세살이' 늘어나나

김신영 기자 2022. 7.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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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늘어난 전세 자금 대출 이자에 놀랐다. 전세 대출 2억원에 대한 이자가 연초만 해도 월 30만원대였는데 두 배로 불어나 6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셋값이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도 더 커질 텐데 어떻게 감당하나 싶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오르며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약 12년 만에 6%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계속 높이자 시중 금리가 뛰면서 전세 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어섰다. 12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가 연 4.01~6.21%에 달한다.

전세 보증금이 오르는 가운데 전세 대출 금리까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전세를 살다가 버티지 못하고 월세살이로 밀려나는 ‘월세 난민’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세보다 은행에 내는 이자가 비싸지면 전세를 유지하는 게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4만2256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4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3만4956건)에 비해 21% 늘었다.

올해 1~5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 52%(국토교통부 집계)까지 올라갔다. 주택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지난 2년간 전셋값이 40% 가까이 급등한 데다 최근 전세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통적으로 세입자들은 월 지출이 적은 전세를 선호했지만 최근 전세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발적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코로나와 경제 대책 등을 주제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만나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전세금이 높아지다 보니 월세 전환이 되는 경우도 많아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1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2차 고위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전세금이 높아지다 보니 월세 전환이 되는 경우도 많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 가격 폭등이 있을 것이냐에 대해 정부에서 조사하고 있다. (전세 가격) 통계가 나오면 대응하도록 충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 대비 연간 월세 비율)은 4.8%로 전세 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세 대출은 대부분 1년 동안만 금리가 고정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대출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전셋값과 대출 금리 상승으로 실수요 서민 부담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전세 보증액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 대출은 비교적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지만 한도가 2013년 8월 2억원(이전엔 1억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후 9년 동안 그대로 유지돼 왔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2억9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급등해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액이 전세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금융위는 오는 10월부터 주택금융공사의 전세 대출 보증 한도를 4억원으로 크게 늘리기로 하고 전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자라는 전세 보증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리가 높은 신용 대출 등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세입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

한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변동금리 대출 금리가 고정금리 대출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도 주목된다. 16일 기준 4대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연 4.10~6.22%로 고정금리(4.21~6.12%)보다 상단 금리가 높아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변동 금리는 통상 6개월 만기 금융채, 고정금리는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단기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신규 변동금리 대출 금리가 고정금리 대출을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은행권 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라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받을 당시에는 고정금리 대출보다 변동금리 대출 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지면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는 한국과 반대로 전체 대출의 90% 정도가 고정금리 대출이라 금리 인상기에도 충격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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