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주담대, 수도권은 혜택 거의 못볼듯
고정금리 전환 4%대 유력
25조 예산 내에서 일단 시행
영끌족 이자 지원 논란에
당정 "위기의 청년층 도와야"
168조 코로나대출 연장 이어
4% 주담대 내놓자 은행 난색
"협의 없이 민생대책 떠넘겨"
17일 당정에 따르면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책은 정부 예산 25조원 내에서 우선 지원한다. 대상자가 적으면 금액 기준을 올리고, 반대로 예산 조기 소진 등이 예상될 때는 추가적인 예산 책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확한 대상과 숫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 현재 파악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정에서도 기준을 4억원에서 더 높이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일단은 이 정도 선에서 얘기를 했다. 정확한 금리도 금융당국과 예산당국이 협의해 추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출 전환 수요가 25조원 예산 범위를 초과하면 당정이 논의하에 추가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예산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간 금리 차에 따른 손실을 대출 금융기관에 보전해주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날 당정은 이런 조치에 대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제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청년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지원책을 예고하자 일각에선 "투자 손실을 혈세로 메꿔주는 게 옳으냐"는 비판이 커졌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특히 MZ세대나 젊은 세대가 빚 문제에 잘못 빠지면 평생 그 사람은 고생하고, 사회적 비용으로 남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하자는 (차원에서) 대책을 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4억원을 기준으로 저금리 갈아타기를 지원할 경우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는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 측에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 기준을 6억원 정도까지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부 측에서 "도덕적 해이나 '영끌 구입' 지원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우려도 있으니 일단 이 정도로 시행하면서 추이를 보자"고 설득해 4억원 기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이 같은 대책에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한은행이 '대출 금리 5% 상한선'이라는 파격적인 금리 정책을 내놨는데 정치권이 여기에 4%대로 고정하라는 추가 압박을 내놓은 셈이어서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4억원 미만 주택에 4%대 고정금리 적용'으로 해석되는데 차주의 소득수준이나 구체적 지침이 나와봐야 알 것 같다.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는 대상이 아니고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다세대 등이 해당될 텐데 몇 명이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대출 현황을 들여다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생애 최초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는 대책도 어떻게 시행할지, 재원은 어디서 조달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들은 정부가 아무런 협의 없이 '통보'식으로 민생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9월 말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를 종료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 대출자의 채무 조정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하고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은행 자율로 나머지 대출자에게도 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 조정 조치를 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말이 은행 자율이지 사실상 다 연장해주라는 지침이나 다름없다"면서 "90~95%라는 기준이 채무자인지 원금 탕감인지, 부실이 확실한 이자 유예 대출자도 연장해줘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이달 14일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68조5323억원에 달한다.
[이희수 기자 / 김대기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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